[정의선의 선택] ③ '중고차 매매' 맡을 현대글로비스..그룹 지분 확대 '지렛대'

김진욱 기자 승인 2020.11.13 10:52 | 최종 수정 2020.11.13 15:28 의견 1
현대모비스 서울 역삼동 본사 (자료=현대모비스)

[한국정경신문=김진욱 기자]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매매사업 진출' 소식이 업계에 핫이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 논란은 김동욱 현대자 전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해 불거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대기업이 중고차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 중고차 매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 만료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됐다. 그런데 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지난해 초 기간 만료됐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대기업의 판로가 열리게 됐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중소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은 엄청난 반발을 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과점 체재를 확보한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의 핵심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월말 기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모비스 0.32% 수준에 불과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외에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오토에버 19.47%,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위아 1.9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3%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 때문에 정 의선 회장은 그룹 전체 장악을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여야 한다. 하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단 0.32%다.

여기서 정몽구 명예회장이 소유한 7.1%를 상속해야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50%가 넘는 상속세를 내고나면 얼마 남지 않는 지분만 남는다. 이 때문에 거액의 상속세 마련을 위한 재원 발굴에 발목을 잡혀 있는 실정이다.

■ 오너일가 지분 가장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중책 맡길 듯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중고차 시장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보다 2배 정도 크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역시 올해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 규모가 30조원에 이른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 그룹에서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전반의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중고차 시장 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소개에도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략과 프로세스는 물론해운, KD, 트레이딩, 중고차 등의 사업을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라며 중고차 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 가장 많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면 상속세와 다른 관계사 지분 확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길이다. 더구나 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 외에도 현대가 오너들의 지분이 가장 많은 기업이다. 정 회장 지분 23.29% 이외에도 정몽구 명예회장 6.71%, 현대차 4.88%, 현대차 정몽구 재단 4.46% 등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 회장이 현대차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중고차 시장 진입을 통해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