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선택] ② 회장 취임 전후 잇단 무리수, 주주·협력사 갈등 어찌 풀까

김진욱 기자 승인 2020.10.28 19:21 | 최종 수정 2020.11.13 18:23 의견 0

배터리 문제가 화재 원인인 것으로 지목된 전기차 코나EV. (자료=현대자동차)

[한국정경신문=김진욱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주주들이 화가 많이 났다. 지난 19일 장 마감 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타2 GDI 엔진 등 품질비용 충당금으로 각각 2조1000억원, 1조3000억원을 설정한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 모멘텀과 북미 판매량 호조로 3분기 실적 기대감을 높인 것이 며칠 전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회계 비용처리로 인해 현대차 적자 기업으로 평가돼 주가 상승 여력을 차단했다. 대규모의 품질비용 반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현대차는 2018년에 4600억원, 지난해 3분기 92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앞선 사례에 비해 3~8배에 이르는 충당금을 한 분기에 반영해 주주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힌 결과가 됐다.

■ 주주 등 반발에도 충당금 강행..지배구조 강화용 포석?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 측은 “품질 경영을 위한 것”이라고 시종일관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 대해 주주들은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과거 부실을 떨어버리기 위한 예정된 작업의 수순으로 짐작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핵심인 현대차·기아차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상승해야 손쉽게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 그룹은 글로비스에 미래 신사업인 전기차와 수소차 사업을 몰아주는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는 LG화학과 현대차의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 진출, 수소공급망 효율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 및 유통, 코하이젠(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참여, 중고차 유통사업 확대 등 새로운 사업영역에 적극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장 평가 때문일까.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지난 14일 전후로 연일 하락했고 최근 실적에서 충당금을 반영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이 나와 반등 중에 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14일 이후 연일 상승해 지난 20일 지난 2015년 이후 최고가 22만2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정회장 입지 다지기용 일방 통행에 LG화학 '부글부글'

현대차 그룹이 정의선 회장을 위한 안정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입지를 위한 '일방 통행'에 협력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세타2 GDI 엔진 결함 이외에도 최근 코나EV 화재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코나EV의 화재 발생건수만 14건이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리콜을 할 것임을 밝혔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코나EV의 화재의 원인을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국토부의 결과를 배터리 셀 제조를 담당한 LG화학에는 전달이 안됐다는 것.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LG화학에 내부 결함 문제를 전달하지 않고 국감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는 현대차 입장만 전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당시만 해도 정의선 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 취임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정의선 회장의 취임 전에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대차가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업계에서도 책임소재가 명확치 않은 만큼 섣부르게 결론을 내린 것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리콜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인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LG 화학과의 리콜 비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과정이 있다.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배터리 문제라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양사 관계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 6월 정의선 당시 부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회동을 하고 협력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 벌어진 일들이어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대차 그룹은 3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앞으로 현대차 그룹이 '정의선호 출범'을 위해 틀어진 주주와 협력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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