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본격 추진된다. 다만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 은행주도 정작 세제 혜택 기준에 미달하면서 기존 ‘밸류업’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자료=각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포함됐다.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내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주주가 받은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별도의 세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배당 확대 유인을 높여 국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다.
개편안에 따르면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주주들은 현행 최고 45%인 종합소득세율 대신 14~35%의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하지만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우선 전년 대비 현금배당액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법인이어야 하며 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이 증가해야 한다. 정부는 전체 상장사 2629곳 중 13.3%인 약 350개사만 이 조건을 충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엄격한 기준 탓에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분류되는 금융권에서도 실제 수혜주는 손에 꼽힌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배당성향 45~50% 추정)와 삼성카드(50%대 추정) 정도가 거론된다. 기업은행의 경우 보통주자기자본(CET1) 비율이 12% 이상으로 유지되면 최종 목표 배당성향인 40%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이들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KB금융 23.6%, 신한금융 24.1%, 하나금융 27.2%, 우리금융 28.9%로 단독으로 40% 기준을 넘기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이들이 노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 증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4대 금융지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집중해왔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이 더 효율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기존 전략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주주환원책 변화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했다.
지난달 24일 나상록 KB금융 CFO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가 충분히 해소되고 리레이팅(재평가)이 시작된다는 시장 공감대가 형성되면 현금 배당 비중을 높여갈 생각”이라며 “PBR을 기준으로 현금과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의 믹스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기본 원칙은 유지를 하면서 이익 규모, 배당성향, 배당 수익률 제도 변화까지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 박종무 하나금융 CFO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안 등 여러 시장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2027년 총주주환원율 50% 타깃이 고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주환원율 목표 달성 보다는 배당성향 확대로 무게추를 옮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같은 날 밸류업 자율공시에서 ‘현금배당 비중 확대 필요성 점검’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시장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금융지주들의 밸류업 방안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유지하면서 자사주 매입 비중을 줄이고 그 재원을 현금배당으로 돌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은 분기 총액균등배당 및 DPS(주당 배당금) 균등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따라서 3분기에 발표할 밸류업 이행 공시 등을 통해 기존 밸류업 방안을 상당폭 변경할 여지가 있다”며 “주주환원율을 계획보다 더 크게 높이지 않는 한 배당 증가분 만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