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교적 큰 이슈가 없어 안도했던 4대 금융지주가 ‘도이치모터스 특혜 대출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4대 금융지주 회장 전원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면서다.
사흘 뒤 국감을 앞두고 막판까지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농해수위는 오는 24일 열리는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4대 금융지주 회장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외에도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증인 채택 사유는 도이치모터스 특혜 대출 의혹이다.
4대 금융지주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통상 정무위 소관인 민간 금융지주 회장이 협동조합 금융기관을 감사하는 농해수위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농해수위 국감에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일괄 출석한 전례가 없다.
더욱이 4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지난 18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귀국 일정이 촉박한 탓에 24일 국감 출석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금융권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이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의 직접적 연관이 부족하다”며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서면 답변 형태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실과의 협의에 따라 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이 대신 출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증인 채택은 농해수위가 NH농협·Sh수협의 도이치모터스 및 관계사에 대한 특혜성 대출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들 협동조합 금융기관 외에 4대 시중은행 등에서도 유사한 정황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농해수위 소속 의원실에서 금융지주들에 관련 자료 제출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충분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직접 경영진이 나와 설명해야 한다”며 CEO 직접 출석 요구에 이른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은행들이 도이치모터스 및 관계사에 특혜성 대출을 내줬는지 여부다.
특혜성 대출 의혹이 제기된 수협의 경우 은행을 비롯해 단위수협들이 2023년 담보 없이 100억원을, 이후 2년간 계열사 포함 총 648억원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도이치모터스가 주가조작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여서 정치적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는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도 신규 대출을 내준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수협도 해명하는 과정에서 “당행 대출 취급시기와 비슷한 2023년 9월 도이치오토월드는 시중은행 4곳과 지방은행 1곳에서 총 47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받았다”며 시중은행의 연관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 결과 도이치모터스 관계사 대출 대부분이 담보나 보증에 의한 대출”이라며 “담보에 문제가 없다면 대출이 나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시 도이치모터스라는 기업 자체가 워낙 캐시플로우(현금 흐름)가 좋은 기업이었고 만약 대출을 원한다면 은행에서 안 해줄 이유가 없었다”며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에 도이치모터스가 기업대출을 못 받을 그런 기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