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관행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직접적인 계기는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감독 당국의 엄격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행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지주 회장이 되면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며 “이러면 오너가 있는 제조업체나 상장법인과 별반 다를 게 없어 금융의 고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정무위원들과 상의해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회장 경영승계와 관련된 지배구조 제도 개선에 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은 최근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서 ‘깜깜이’ 논란이 불거진 BNK금융을 겨냥한 것이다. 차기 회장 후보 등록 기간이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사실상 4일에 불과해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원장은 BNK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특이한 면이 많다”며 “형식적으로 적법해 보일지라도 문제 소지가 있다면 수시 검사를 통해 바로 잡겠다”고 예고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발언이 비슷한 시기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 중인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특히 두 금융지주는 현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사회 독립성’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 4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 중 최영권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소속이다.
과점주주 체제인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6명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새로 발탁됐다. 특히 이은주, 박선영 사외이사는 우리금융 자체 추천인사로 분류된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금감원이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 모범관행’에 따라 경영승계 절차를 재점검했으며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6일 회추위를 조기 가동하고 회추위 사무국을 신설하는 등 투명성 확보에 주력했다.
회추위는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그룹 외부 후보 추천은 전문 기관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한다. 또한 최종 후보 선정은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추위로 개최해 객관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절차 준비로 절차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리금융은 아직 임추위를 가동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절차 개시 시점과 향후 운영 방식 전반에 감독 당국의 면밀한 관찰이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모범관행을 반영해 경영승계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당국 가이드라인은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했지만 우리금융 내부 규정은 4개월 전 개시하도록 했다. 최소 2개월 이상의 후보자 단계별 평가·검증 기간을 확보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0월 제6차 임추위 결의로 내부 후보군 5명, 외부 후보군 5명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상시 관리 후보군 중 롱리스트 선정을 원칙으로 한다. 선정된 롱리스트에 대한 평판조회, 역량 등에 논의를 거쳐 숏리스트를 선정한다. 숏리스트에 대한 외부 전문가 심층면접, 경영계획 프레젠테이션 등 검증을 거쳐 최종 회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시 체제로 운영 중인 임추위에서 후보자 리스트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