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고관세 정책이 한국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국내 생산기지까지 위축되고 있다.

24일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5월 미국 수출량은 총 7만7892대에 그쳤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9만9172대)과 비교해 21.5% 줄어든 수치다.

2025 더 뉴 마이티 내장 (사진=현대자동차)

브랜드별로는 현대차가 4만2574대로 31.4% 감소폭이 컸고, 기아도 3만5318대로 4.8% 줄었다.

양사 모두 4월 3일 발효된 25% 수입관세를 피하기 위해 사전에 쌓아둔 재고를 우선 판매하는 전략을 택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 집계에 따르면 관세 시행 직전인 4월 초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 재고는 각각 94일분, 62일분에 달했다.

수출 물량 감소는 곧바로 국내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를 보면 두 회사의 5월 국내 생산량은 29만1649대로 전년 동월보다 5.0% 줄었다.

현대차 국내 생산량은 15만7314대(6.0%↓), 기아는 13만4335대(3.8%↓)를 각각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로는 5월 생산량이 35만8969대로 작년 대비 3.7% 감소했다. 한국GM(4만9594대·0.4%↑),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이 선전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생산 감소분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KAMA 측은 "미국 수출 둔화가 국내 생산 감소의 핵심 요인"이라며 "연간 수출 목표도 270만대에서 265만대로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413만대로 전년보다 2.7% 줄어들며 세계 순위도 6위에서 7위로 밀려났다.

한 업계 전문가는 "생산 감소가 지속되면 협력업체 도산과 일자리 감소 등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중동·동남아 등 새로운 수출시장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