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협력업체까지 '코로나19 쇼크'..정리해고·무급휴직 등 '쓰나미'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4.05 08:33 | 최종 수정 2020.04.05 22:05 의견 0
대한항공 여객기 (자료=대한항공)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항공업계에 코로나19 쇼크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제선 여객 수가 급감하면서 협력업체에까지 매출 타격이 확대되면서 업계 전체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넷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173만6366명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려 95.5%가 줄어든 수치다. 지난 3월 국내 및 국제선을 모두 합한 항공 여객 수는 174만3583명이다. 지난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명 이하로 내려갔다. 

현재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는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87%가 운항을 멈춘 셈이다.

항공기가 멈추면서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큰 폭을 감소했다. 2001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하루 이용객이 1만명 이하까지 떨어졌다. 운항 편수 자체가 하루 100여편으로 급감해 제주국제공항보다 항공 편수가 떨어지기도 했다. 

항공협회는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피해 규모가 최소 6조44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매출 타격이 지속될 경우 항공사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영업비용 중 고정비 비중이 35∼40%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때문에 대규모 매출 타격에도 탄력적인 비용 감축이 쉽지 않다. 매출 타격이 지속될 경우 보유 현금의 소진 속도를 빨라질 수밖에 없다.

영업비용(유무형 감가상각비 제외)과 이자 비용을 현금 유출액으로 볼 때 대한항공은 월평균 8800억원, 아시아나항공 4900억원, 제주항공은 1000억원의 현금 유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월 현금 유출액 기준 1.2배 수준의 현금을 보유중이다. 제주항공 2.0배, 티웨이항공 1.5배, 진에어 4.1배 수준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항공사의 현금 수준은 한달치 현금 유출액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며 "매출 타격이 80% 이상일 경우 월 현금 부족액이 항공사마다 100억∼2000억원에 달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상반기 내 현금 소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항공업계는 임금 반납, 유·무급 휴가와 희망 휴직 확대 등 강도높은 자구책을 시행중이다. 여기에 희망퇴직 카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직원의 45%에 해당하는 750명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등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방침을 세웠다. 세부 인원과 방식 등은 내부 논의 중이다.

항공업계의 위기는 기내식과 청소 등을 담당하는 항공사 하청업체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 협력업체 직원 중에서 인천에서 근무하는 1800명 중 1000명이 이미 권고사직을 당했다. 남은 800명 중 300여명은 휴직 상태다.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이케이(EK)맨파워는 단기계약직 52명을 정리해고했고 정규직 300여명에 대해서도 추가 해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협력업체 아시아나KO는 오는 5월부터 무기한 무급휴직을 공지한 상태다. 아시아나AH는 직원의 50%에 희망퇴직을 통보했고 또 다른 하청업체는 전 직원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하고 권고사직을 통보한 상태다.

항공협회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등에 호소문을 발송해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하고 있다"며 "84만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대규모 지원 없이 항공업계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중단과 여객수요 회복 시점을 논하기보다 여객수요 회복 이전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급 보증과 같은 정부 추가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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