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에세이] 수능, 가혹한 형벌에서 벗어난 어떤 영혼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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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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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훈/한국정경신문
결전의 날이라고 다짐하고 있었지만 지진 때문에 연기됐다.
하루라도 빨리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천재지변에는 도리가 없다.
가혹하기 그지 없는 이 형벌은 일주일이 지속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뚝딱 다가온 '진짜' 수능 시험날.
종이 한 장에 불과한 답안지에 인생을 좌우하는 점을 칠한다. 아니, 미래를 그린다.
확인 또 확인하자.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자칫 실수라도 오답을 적으면 미래가 뒤바뀔 수 있다.
날 위해 고생한 엄마 아빠의 얼굴을 떠올리자.
술술 풀려라 문제여 내 인생이여.
콕콕 찍혀라 정답이여 내 미래여.
.....
바보들은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지.
하지만 난 다르단다.
부모님 허리 부러뜨리면서까지 4년 동안 등록금 내고 졸업해봤자 백수잖아.
물론 나도 대학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하지만 대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아.
그래서 난 여러 현실을 감안해서 특성화고를 선택했어.
일찌감치 기술을 익혀 베테랑 기능공이자 산업의 역군으로 자리매김할 거거든.
너희들이 부모님께 손 벌려가며 징징거릴 때
나는 진작에 취업해서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되어 있을 거야.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힘들지만 현장실습 열심히 해야지.
어? 그런데 오늘따라 프레스기가 말을 안 듣네.
확인을 해 봐야겠다.
어?
어....어!!!!!
[한국정경신문=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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