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 주가가 5조원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8%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KB금융 임원과 계열사 대표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주주환원 확대의 진정성을 적극 피력하고 나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전 계열사 대표이사 및 지주 임원들이 지난 5일 실적발표회 이후 약 2만주의 자사주를 장내 매입했다. 전체 계열사 대표이사 12명이 약 1만3000주를, 지주 경영진 13명이 약 7000주를 사들였다. 그룹 경영진이 동시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자료=KB금융그룹)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모든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KB금융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중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KB금융은 지난 5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조7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중 연간 순익이 5조원을 돌파한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하지만 KB금융 주가는 5일 0.32%, 6일 6.70%, 10일 1.28% 등 연일 하락했다. 전날 종가 기준 KB금융 주가는 실적 발표 전인 4일 대비 7.78% 떨어진 8만420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KB금융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주주환원을 연계하는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연말 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을 다음 연도 현금 배당과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고 하반기 CET1비율 13.5%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밸류업 프레임워크에 따라 KB금융은 CET1 비율 13.51%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 약 1조7600억원을 올해 연간 현금배당 총액과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감안해 총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다만 이는 1조원 가량의 자사주 소각을 예상했던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수준이다.

올해 예상 순익 대비 총주주환원율 43% 달성을 위해서는 연간 1조1000억원 내외의 자사주 매입이 필요한데 하반기 주주환원 예측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현 13.51%인 CET1 비율이 13.67%은 상회해야 6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축소 우려에 대해 KB금융이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투자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 5일 컨퍼런스콜에서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년대비 주주환원율이 줄어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CET1비율에 따라서 변동의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상반기·하반기 두 번 하는데 그 시행 시기는 유연하게 추세를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부정적 반응을 의식한 듯 KB금융은 이번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재차 주주환원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서 밝힌 바와 같이 KB금융은 업권 최고 수준의 총 주주환원율을 지향하고 있다”며 “1·2분기 순이익 증가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통해 CET1 비율을 관리하고 반기에 추가 주주환원을 실시함으로써 업권 최고 수준의 총 주주환원율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주환원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에 대해서도 다소 완화된 메시지를 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건전성 지표가 상승하고 있지만 이미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온 만큼 올해 CCR은 지난해 수준(43bp)에서 관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