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I 메모리로 ‘반도체 왕좌’ 굳힌다

HBM4로 승부수, 삼성전자와 격차 벌린다

임윤희 기자 승인 2025.01.13 11:15 | 최종 수정 2025.01.13 11:37 의견 0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4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SK그룹)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둔화속에도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상장사 중 최고 수준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 분기보다 14.22% 증가한 8조296억원이다. 당초 전망치 8조5000억원보다는 낮지만 전체 반도체 업황 둔화 속 선방했다는 평가다.

HBM 독점으로 '돈방석'..삼성전자와 격차 벌린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장악에 기인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칩 제조사들의 수요 증가로 HBM 가격이 급등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HBM3E 8단 제품 공급에 이어 9월 세계 최초로 12단 제품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력 우위를 입증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HBM3E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1년 이상 품질 테스트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은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삼성의 HBM이 엔비디아에 공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사 영업이익을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시장 기대치인 7조원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SK하이닉스의 전망치보다 1조5000억원 가량 낮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자료=연합뉴스)

엔비디아와 '밀월'..HBM4로 승부수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 일정을 대폭 앞당기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크게 압박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AI 칩 기업 엔비디아와의 '밀월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 직후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HBM4 개발이 당초 예상보다 최소 6개월 이상 앞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 시리즈 출시에 맞춘 전략으로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더욱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공개한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의 양산 계획은 SK하이닉스의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한다.

SK하이닉스는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12단 적층 HBM4 제품을 2026년에는 16단 적층 HBM4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TSMC와의 협력을 통해 HBM4부터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을 도입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4 양산에 성공할 경우 최소 2년 이상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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