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균의 참견] 은행 주담대 금리는 죄가 없다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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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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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 인상이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예금금리는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데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만 붙들고 있으니 ‘이자장사’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책임을 제대로 묻자면 은행이 아니라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으면서도 ‘뒷북’을 치고 있는 당국에 묻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 주 29일 주담대 금리를 0.1~0.3%포인트 올린다. 지난 15일, 22일 0.05%포인트씩 올린 데 이은 세 번째 인상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들어 두 세 차례 주담대와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렸다. NH농협은행도 전날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고 하나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지난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다.
시중은행의 이번 금리인상 행렬은 시장금리(금융채)의 움직임과 정반대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이달 1일 3.490%에서 전날 3.324%로 0.166%포인트 내려왔다.
시중은행의 본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선 것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3일 17개 은행 부행장을 불러 모아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하면서다. 당시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권은 (부동산 등) 최근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지난 15일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올 들어서 까지 이른바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주담대 금리를 낮춰온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펄쩍 뛸 노릇이다. 한 차례 가산금리 조정에도 주담대 금리가 생각보다 떨어지지 않자 두세 차례 연거푸 인상 조치에 나선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은행들은 고금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꾸준히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아 왔다. 상생금융 패키지로 주담대 등 가계대출 금리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도입된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올해 1월 주담대로까지 확대되면서 또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부추겼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금리산정 체계 투명성 제고 등 가이드라인을 하달하며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유도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서민층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였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과 맞물려 주담대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연기는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스트레스 DSR은 연간 소득과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DSR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서민·자영업자 부담 완화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을 명목으로 한 금융당국의 규제 시기 지연이 오히려 한도 축소 전 막판 수요를 자극한 꼴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과 몇 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이 주담대 증가 빌미가 됐다”며 “이제 와서 주담대 금리를 올려 수요를 잡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들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줄곧 금리인하를 압박하다가 이제 와서 다시 금리를 올리라고 하는 갈지자 행보가 맞느냐는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 2021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수개월 간 신규 주담대 취급을 전면 중단했던 악몽을 떠올린다. 당시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한 결과지만 대출 창구가 닫히며 은행만 욕받이가 됐다.
이번 주담대 금리 인상 조치를 놓고도 이자장사 비판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이번 주 상반기 실적 발표 전후로 이러한 인식은 확대될 조짐이다.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수익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복잡한 경제 환경 하에서의 단편적인 금리 움직임을 놓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작 날을 세워 비판해야 하는 것은 주담대 금리 인상이라는 현상 너머 관리·감독 책임을 지닌 정책 입안자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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