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부동산 아파트 시세가 서울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부동산 불패'라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구와 용산구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시세가 종전 최고가 수준까지 회복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고 있어 그 이유가 주목된다.
27일 부동산R114가 서울 시내 아파트 116만가구를 표본으로 가구당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 17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5억8135만원이다. 전고점(26억949만원)을 찍은 2021년 26억949만원의 99% 수준까지 회복됐다.
용산구는 18억6643만원으로 전고(18억8432만원)의 99% 수준까지 올랐다. 서초구 역시 27억7147억원으로 전고점(28억3111만원)의 98%까지 올랐다. 실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 2차 아파트 196㎡는 지난달 15일 89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 132㎡도 지난달 18일 역대 최고가인 4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는 19억6473만원으로 전고점(20억225만원)의 93% 수준까지 회복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전 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에 26층 매물이 2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영등포구는 전고점(12억9506만원)의 97%, 양천구도 전고점(13억6276만원)의 97%까지 올라 상위 회복세를 기록했다.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가격은 12억9921만원으로 전고점(13억7147만원)의 95%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 가운데 중구(89%), 강동구(88%), 노원구(87%), 강북구(87%), 관악구(86%), 도봉구(85%) 등은 서울에서도 고가 아파트가 많은 다른 지역구에 비해 가격 회복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고가 지역이 먼저 치고 나가고 나머지 지역이 따라간다”며 “지금 가격 회복이 더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지역도 결국 키 맞추기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도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지수에 따르면 지난 1월 0.29 % 오르며 하락세를 마감했다. 이어 2월 0.6%, 3월 0.21%, 4월 0.38% 등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상승했다. 전국 대장 아파트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KB부동산의 선도아파트 50지수가 세 달 연속으로 상승 중이다. 앞서 KB부동산이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50곳 고가 대단지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 오르며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또 전국 6000여곳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한 가격 전망 조사에서도 상승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들 "공급절벽 두려움 등 매수 수요 꾸준", "지방은 상황 달라"
서울 주요 지역구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 돌파를 앞둔 가운데 이는 부동산 매수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분양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집을 매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또 인구 급감과 동시에 공급 절벽에 대한 두려움, 상승하는 전세가격 영향으로 집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가 내렸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실제 코픽스는 다섯 달 연속 떨어지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월 3.59%보다 0.05%포인트 내린 3.54%다. 이 지수는 앞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하다 이후 12월 상승세가 꺾인 뒤 5개월째 내리는 중이다.
박 위원은 “금리인하에 대한 막연한 전망이 아닌 실제 코픽스가 내리면서 집을 살 수 있는 동기부여가 더 크게 되고 있다”라며 “다만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 회복에 대한 것은 대장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전고점 회복까지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곳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부동산R114 윤지해 연구원은 “주요 변수인 금리 외에도 시장 변수는 다양하다”며 “전월세가격과 분양가상승에 따른 밀어올리기(전월세) 혹은 견인효과(분양가)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금리인하 기대감과 분양가 상승으로 내집마련 또는 갈아타기 실수요자들이 더 기다리는 것보다 현재가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상승 기대감보다는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안전해 보이는 서울 아파트로 유입이 많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단순 반등이 아니라 결국 상승 흐름으로 전환이 됐느냐는 것”이라며 “지금 상승 전환하면 향후 5년 이상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부동산 매수 심리가 더 이상 현재 수준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미국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 충격으로 거래가 급감했지만 연준에서 지속적으로 시사해왔던 것처럼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오른 현재 부동산 시장이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생활물가지수가 상승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폭락과 하락을 거듭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며 “주거는 필수불가결한 삶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어차피 살아야 할 지역에서 집을 매수해서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려는 욕구가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상황이 또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 시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셋값 상승 여파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가 늘어나면서 지방 일부 지역도 집값이 상승할 수 있지만 미분양 문제 등이 있어 수도권만큼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 집값이 내려가는 지역이 더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상승과 하락이 지역별로 극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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