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더 이상 안참아!"..3040 부동산 트렌드를 바꾸다

집값 하락 우려 부실 숨기던 관행 탈피..30~40대 적극적 의견 개진

지혜진 기자 승인 2019.10.17 16:23 의견 0
지난 27일 강동구청에서 준공 승인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고덕 그라시움 입주자들 (자료=입주예정자협의회)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저희는 옛날처럼 쉬쉬하지 않아요. 목돈 들여 장만한 집이고 이 집에서 오랫동안 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최근 입주 전 부실시공 문제가 공론화됐을 때 만난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입주자의 말이다. 그는 “3040세대가 입주예정자협의회의 주축”이라며 하자 문제를 쉬쉬하던 이전 세대와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슷한 문제를 겪은 ‘송파 헬리오시티’나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입주자들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단지들은 고덕 그라시움처럼 부실시공이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들. 3040세대가 주축이 돼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곳이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달라졌다! 집값 하락이 우려돼 부실시공 문제가 있어도 쉬쉬하려는 예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이들은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 고덕 그라시움 입주자는 “적어도 비슷한 입지와 분양가인 주변 단지와 자재 수준을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분양가에 합당한 상품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다.

실제로 17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하자나 분쟁 관련 민원신청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0년 69건에서 2011년 327건, 2013년 1954건, 2015년에는 4244건으로 4000건을 넘어섰다. 올해는 6월까지 2211건이 접수됐다.

하심위 법무팀 관계자는 하자를 대하는 민원인들의 태도와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집에 하자가 있어도 그냥 매매했다. 하지만 하자 있는 집을 매매해도 민법상 6개월간은 매도인에게 책임이 있다”며 “3040세대는 이런 법이나 제도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하자를 놔둔 채 매매하기보다는 완벽히 해결하고 매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즉 하자를 공론화하는 편이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히려 하자를 해결하는 편이 집값을 보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하자가 있으면 집을 팔 때 이 부분은 하자가 있으니 집값을 깎아 달라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하자가 없으면 정상적인 집값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를 증명하듯 30대와 40대는 주택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의 절반가량을 3040세대가 사들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3만1292건이다. 이 가운데 1만7322건, 즉 55%가 3040세대가 매입한 물량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의 절반 이상이 30~40대라는 의미다.

주택관리사협회 연구원인 최타관 박사는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구매 연령층이 낮아졌다”며 “젊은층은 기존 세대와 달리 재산권 행사에 적극적인 측면이 있고 행동으로 직접 옮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건설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기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입주자끼리 정보 교류할 수 있는 창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입주자들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다”며 하자 분쟁이 증가한 이유를 추측했다. 그러면서 “건설사에서 보기엔 하자가 아닌 것도 하자라며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주요 수요층의 연령대가 달라짐에 따라 아파트 시공사의 태도 변화도 요구된다. 입주자들이 중대 하자뿐 아니라 분양가에 걸맞은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타관 박사는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이나 기술이 발전한 만큼 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입주자들도 분양을 받으면 건설 과정이나 자재에 관심을 두고 현장사무소에 방문해보는 것도 하자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