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끊을 자신 있나..전경련 복귀 '장고'하는 삼성

이찬희 위원장 "신중한 검토 필요 의견도..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
경실련 "전경련이 정경유착에 대해 정말 반성하고 쇄신을 하고자 하는가"

최경환 기자 승인 2023.08.17 10:11 의견 0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논의를 위한 임시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전경련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정경유착의 구태를 끊어낼 근본적인 개혁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17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 따르면 전경련 복귀를 놓고 전날(16일) 장시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1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삼성 준감위는 지난 16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었다. 이날 2시간여 회의에서 위원들간 전경련 복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려 합의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러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회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준감위는 오는 18일 오전 7시 회의를 다시 열고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을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 준감위는 외형상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이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현재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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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초사옥 (자료=연합뉴스)

이날 회의에는 7명 전원(화상참여 포함)이 참석했다. '향후 전경련에 국정농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비 납부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등 신중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도 이날 회의에 앞서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삼성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전경련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12월 열린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며 전경련 탈퇴를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전경련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삼성의 입장에 따라 재가입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며 "전경련이 정경유착에 대해 정말 반성하고 쇄신을 하고자 한다면 이번과 같이 구시대적인 세불리기용 꼼수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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