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존폐론’..폐지 못하는 이유

정부, 시행 10년 만에 폐지 아닌 개정 가닥
상한 공시지원금 15%→30%로 확대 전망
유지론 vs 무용론 여전…본 취지 훼손 우려

김명신 기자 승인 2023.06.20 11:28 | 최종 수정 2023.06.21 08:24 의견 1
(사진=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명신 기자] “‘oo보다 싸게 팝니다’ 시절은 끝났죠. 그런 의미에서는 ‘단통법’이 시장 안정화에 미친 효과는 있습니다. 다만 10년 만에 개정을 단행하는 만큼 여론의 수렴과 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담은 컨세서스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0년째 존폐 이슈가 되고 있는 일명 ‘단통법’을 둘러싸고 정부가 ‘손을 댈’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불법 지원금을 막아 시장 거래 안정화를 초래했다는 유지론과 가계 통신비 인상 요인이 됐다는 무용론이 맞서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단통법 개선 방안 발표…추가 지원금 확대 등 전망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일명 ‘단통법’)은 통신 시장 경쟁 촉진과 건전화를 위해 지난 2014년 10월 정부 입법으로 시행됐다. 특히 ‘단통법’은 불법 지원금을 통한 이용자 차별을 막았다는 의견에 맞서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 단말기 구입가 인상으로 소비자 통신비 부담만 높였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수년째 아젠다(Agenda)가 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단통법’과 관련해 지금까지 진행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 단통법 개정을 포함한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예 폐지 대신 개정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국이 통신 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일부 조항을 수정 보완해 해당 법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단통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안에서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한 것을 30%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의 가격 경쟁 촉진을 목표로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한 대리점·판매점의 추가 지원금 상한을 현행 공시지원금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정문 의원은 “단통법이 소비자가 휴대전화를 오히려 비싸게 사도록 만들었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단통법 개정을 통한 경쟁 촉진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선택 약정 제도의 효과, 당초의 단통법 입법 취지 등을 다각도로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 지원금 한도가 상향되면 특정 유통점에 집중됐던 장려금이 일반 판매점으로도 이전돼 불법 지원금 지급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불법 지원금 이슈 여전…가계 통신비 절감 취지 훼손 우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나오더라도 단통법의 존폐를 둘러싼 잡음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말기 구매 방식에 따른 차등 지원금의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장과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불법 지원금, 소비자 구입가 인상 초래 등 부정적인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이 대리점 보조금 차등 제한 조항을 없애거나 가입자 유형별 보조금 차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보완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대 상향된 점과 기기 성능 개선으로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경향 등을 고려한 개정이나 알뜰폰 이용자 증가에 따른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통신사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 소극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면서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선택 약정 할인 폭’을 둘러싼 이슈가 주목되는 이유다.

선택 약정 할인은 국내에서 신규로 단말기를 사지 않고 해외에서 혹은 중고로 구입한 이용자들도 비슷한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다. 휴대전화 기기의 가격 일정액을 할인받는 공시지원금 대신 약정 기간을 정해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월 요금제의 25% 정도를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통법 폐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선택 약정 요금 할인 제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선택 약정 요금 할인이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제도라 폐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할인 비율인 25%가 적정선인가에 따른 정부와 업계의 입장 차도 예상되고 있는 대목이다.

여전히 속칭 ‘성지 판매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지원금에 대한 지적 등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성지 판매점은 휴대전화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홍보·내방 유도를 통해 높은 불법 지원금을 지급하는 유통점을 뜻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한 휴대전화 판매점 30곳에 대해 총 1억1040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시정명령을 의결하기도 했다.

업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기자회견을 통해 “단통법은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결과적으로 소상공 유통은 붕괴됐고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MDA는 장려금 차별 지급과 성지 판매장의 생존으로 단통법을 준수하는 소상공 유통매장들이 폐업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의 본 취지는 ‘시장 안정화’다. 핵심은 통신비가 아닌 단말기 지원금인데 주체를 통신사로만 한정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단통법이 하고자 하는 목표는 시장 안정과 그로 인한 고객 혜택으로 이 둘을 균형 있게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단통법이 개정되더라도 유지와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분명 긍정적인 기능을 한 부분도 있다. 단통법 이전에는 정보 취약자의 경우 단말기 구매 금액의 차별을 받아야 했지만 이제는 공시 지원금에 따른 차별 완화가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문제는 단말기 지원금이라는 점이다. 기존 15%에서 30%로 추가 지원금이 확대되면 지원 범위가 넓어지는 것으로 대형 유통망이 아닌 그 재원을 확보할 여력이 없는 작은 유통망의 경우 더욱 힘들어지고 도태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통법의 본 취지는 일관된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지원금은 실제 판매점에서 상한 지원금 내에서 재량껏 해주는 부분이다. 추가 지원금 확대는 구매 가격의 범위만 넓혀지는 셈으로 유통망마다 실제 구매가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단통법 취지를 훼손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론 수렴과 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취합하는 컨센서스 (consensus)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에서 폐지 의견이 적지 않지만 이용자 차별 부작용에도 대응해야 한다. 성지 판매점에서의 개통량이 1/4 수준으로 감소한 부분도 ‘단통법’의 의미”라면서 “법 개정 방안 취지는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국회에서 추가 지원금 상향 외에 다른 개정안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지원금 확대에 따른 업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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