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언급한 데 이어 은행의 성과급과 퇴직금을 “돈 잔치”라며 질타하면서 은행권에 대한 이익의 사회 환원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공동기금 조성 등에 합의했는데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은행을 콕 집어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은행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공공재”라며 “위기를 극복하는 트래픽 컨트롤 기능은 중앙은행과 민간은행, 정부의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고금리 여파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은행이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을 얻는 특권적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그간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에 맞춰 다양한 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왔는데 연말연초 과도한 성과급과 퇴직금 지급으로 정부 개입을 자초한 꼴이 됐다.
당장 지난달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총 5000억원 규모의 ‘2023 은행 동행 프로젝트(가칭)’과 4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자율적 지원프로그램 등의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사회공헌협의회를 통해 향후 3년간 총 5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공동 조성해 긴급생계비 대출재원 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6일에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해소하는 4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방안도 내놨다. 연체 중인 중소기업 차주의 연체대출금리 경감, 대출 회수 자제 및 신규자금 공급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금융당국의 눈높이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모습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금감원 업무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작년 말 시장안정에 동참하고 4000억원 규모 중소기업 지원 계획에 이어 최근 5000억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내놔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일각에선 거기 포함된 프로그램이 통상적인 관행이나 업무에 포함된 것을 포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내달 출시될 예정된 ‘긴급생계비 대출’의 금리를 찾추고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긴급 생계비 대출은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에게 최대 100만원을 신속 지원하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은행권이 공동으로 조성한 사회공헌 기금 중 일부가 여기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 15.9%에 달하는 고금리와 최대 100만원의 낮은 한도는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생계비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정말 긴급한 경우 불법사금융이 아닌 정책금융의 도움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출연을 통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은행권이 사회환원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막대한 수익에 걸맞은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금융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사회공헌사업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매년 1조원 이상 사회 환원을 실시했다”며 “은행 공동의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사회공헌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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