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적 역할론’ 압박 통했나..은행권, 새해 금융지원 정책 봇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금융취약층 지원책 쏟아져
모든 고객 대상 모바일·인터넷뱅 빙킹 수수료 면제도
금감원장 “위기 시 은행의 공적 기능·역할 중요”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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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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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최근 이체 수수료 무료,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금융소비자 혜택 확대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연초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금융시스템 안정과 취약부문 연착륙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이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에 나섰다. 최근 고금리로 인한 취약차주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0%포인트 인하하기로 한데 이어 내달 10일부터 가계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전액을 면제한다. 아울러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한 지원 방안으로 대출 연체 시 적용되는 연체이자율을 1%포인트 감면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8일부터 취약차주 대상 최대 1년간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정책을 시행했다. 대상 차주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에서 개인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고객들 중 신용등급 하위 30% 차주이면서 중도상환해약금이 발생하는 이들로 총 12만4000명 규모다.
신한은행은 대상자들에게 면제 신청을 별도로 받지 않고 대출금 상환 시 자동 면제 처리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신용등급 5구간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1년 면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12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우선 영세 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 고통분담을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한다. 대출시 농업인·자영업자·청년층의 우대금리를 늘리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한다.
제도권 밖에서 금융지원에 소외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 700억원 특별출연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 이체 수수료 면제를 통해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일반 금융소비자를 위한 혜택도 늘렸다.
시중은행 수수료 무료의 포문을 연 건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모바일 앱 ‘뉴 쏠’과 인터넷 뱅킹에서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 이체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기존에는 거래 기준 등 수수료 면제 기준을 충족해야 수수료 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어서 국민은행은 19일부터 KB스타뱅킹을 비롯한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와 타행 자동이체 수수료를 모두 면제했다. 농협은행도 NH올원뱅크의 전자금융 이체수수료를 완전 면제하기로 했다.
아직 동참하지 않은 다른 은행들도 이체 수수료 무료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은행권의 행보는 연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발적인 금융지원 확대를 압박하면서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우리 경제가 현재와 같은 어려운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은행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다”며 “은행권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6일에는 “은행은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은 국민 내지 금융소비자 몫으로 해야한다”며 “은행의 공적 기능이 중요하다는 게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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