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2배' 올린 하석주 사장 돌연 사의 ..롯데건설 '금융부담' 부메랑

신동빈 회장, 롯데건설 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9772주를 11억7000만원에 취득
그룹 총동원돼 롯데건설 구하기..하석주 사장으로서는 큰 부담
하석주, 올해 10월까지 총 4조2620억원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금융 부담 '발목'

최경환 기자 승인 2022.11.23 11:31 | 최종 수정 2022.11.24 10:13 의견 0
롯데건설 하석주 대표 [자료=롯데건설]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연말 롯데건설 내부 사정이 시끄럽다. 6년간 회사를 이끌던 하석주 사장이 임기만료 4개월을 앞두고 사의를 표했다. 롯데건설에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던 그룹도 연쇄 자금난을 겪으며 위기설이 나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 하석주 사장은 내년 3월 임기를 앞두고 최근 그룹에 사의를 표명했다. 연말 인사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이동을 하지 않고 미리 사의를 표명한 점에서 사실상 경질이라는 말이 나온다.

롯데건설의 일시적 자금난으로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했고 그 여파가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최근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에 패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건설은 지난 5일 한남2구역 시공사 선정에 탈락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패하는 것은 건설사에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패배는 뼈아프다. 시장에선 롯데건설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경쟁사 대우건설에 비해 일찍 사업지에 뛰어들어 홍보전에서 기선을 잡았다. 롯데그룹차원의 대대적 지원도 있었다.

그룹에서 한남2구역 상가 활성화를 위해 롯데시네마, 롯데백화점 식품관, 와인샵 등 명품상가 조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롯데그룹의 든든한 현금지원 여력이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롯데건설 하석주 사장도 조합원 설명회에 2차례 연속 참석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롯데건설은 현금 여력이 달려 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합원 투표 직전에 터진 자금 차입으로 그 여파가 한남2구역 수주전 패배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사정은 하석주 사장과 롯데건설의 내부 문제라기 보다 고금리라는 대외여건과 레고랜드 발 돌발사태 때문이다. 연말에 악재가 겹쳤다.

하 사장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공격적인 수주전을 펼쳐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월 성수1구역 재건축을 시작으로 올해 10월까지 총 4조262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1년 수주 실적 2조2230억원의 두배 가까운 기록을 세웠다.

신동빈 롯데 회장 [자료=연합뉴스]

건설사들은 일감이 늘어나면 그만큼 금융 대출도 늘어난다. 금융리스크 관리도 함께 해야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리는 너무 빠른 속도로 인상됐고 레고랜드 사태 같은 전혀 예상 못한 일도 터졌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롯데건설에 사재를 투입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신 회장이 롯데건설 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9772주를 11억7000만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롯데 건설은 이번 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1782억원을 마련했다. 신 회장이 투입한 자금 규모는 크지 않다. 그룹 총수가 롯데건설 자금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를 통해 1조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롯데케미칼 5876억원, 롯데정밀화학 3000억원, 롯데홈쇼핑 1000억원 등이다.

계열사가 총동원돼 롯데건설 구하기에 나서는 상황이 하석주 사장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 사장의 사의는 그룹 전체에 부담을 준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수 있다.

하 사장의 발목을 잡은 높은 수주실적은 앞으로 롯데건설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롯데건설이 단기 자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면 하석주 사장의 후임자는 그 과실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건설사들은 IMF와 리먼사태를 겪어 봤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기본적으로 하지만 공격적인 수주를 안할 수도 없다"며 "수주 실적도 올리고 금융리스크 관리도 잘하면 가장 좋지만 올해 처럼 갑자기 금리가 치솟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는 상황을 누가 예상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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