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현실' 직면한 카카오뱅크..‘플랫폼’ 성장성 둔화에 투자자 ‘썰물’

4거래일 연속 주가 급락 중..신저가 경신
증권가 매도 리포트..이상과 현실 괴리 지적
4대 금융지주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발목
가치 입증할 플랫폼 수익성 주춤..투자자 외면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6.30 11:16 의견 0
카카오뱅크는 30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1.93% 떨어진 3만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자료=카카오뱅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증권가의 ‘매도’ 리포트 한 장에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한때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이라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한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1.93% 떨어진 3만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3만1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신저가를 경신한 뒤 이날도 가까스로 3만원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은 DB금융투자에서 내놓은 매도 리포트의 영향이 컸다. 이병건 DB금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플랫폼이라는 카카오뱅크의 지향과 은행이라는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며 현 주가보다 낮은 2만4600원의 목표가를 제시했다.

근거는 시중은행 대비 과도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다. 전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2.67배, 62.96배를 기록했다.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그룹의 PBR과 PER이 평균 0.38배, 3.90배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과도한 밸류에이션은 지난해 상장 전후로 계속해서 논란이 됐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은행이 아닌 해외 핀테크 성장주들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그 결과 국내 은행 대비 7배 이상 높은 밸류에이션 제시로 이어졌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혁신성과 차별성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카카오뱅크의 공모주 청약 당일 ‘매도’ 리포트를 내놓은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프리미엄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과도하게 선반영된 현재의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투자자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할 때 주가하락 폭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상장 후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실적을 보면 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된 이유가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041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79.9%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 대비로는 10.68% 낮았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3.18% 증가한 668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지만 시장 기대치인 776억원에는 역시 못 미쳤다.

이는 플랫픔으로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수수료·플랫폼 수익이 정체되면서 성장률 하락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수익 비중은 지난해 1분기 8.1%, 2분기 8.8%, 3분기 10.5%, 4분기 7.6%로 10%를 넘지 못했다. 지난 1분기 플랫폼 포함 수수료 수익은 65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오히려 줄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플랫폼으로서 포지셔닝되기 위해서는 수수료와 플랫폼 수익의 폭발적인 성장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카카오뱅크는 공모주 청약 당시 기관 배정 물량 중 절반 가량을 외국인 투자자에 배정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2일 이후 5거래일만 놓고 봐도 총 271만4000주(904억6900만원)를 팔아치웠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은 카카오뱅크 자체가 제대로된 플랫폼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카카오플랫폼의 금융 관련 상품을 다루는 온라인 매개체(vehicle)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카카오뱅크 측은 계속적인 제휴처 확대를 통해 플랫폼 추가 수익 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멀티플 추가 상향을 이끌 정도의 플랫폼 수익 확대를 단기간 내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