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누구를 위한 편의인가..소비자가 만든 배달비 ‘1만원 시대’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1.27 16:43 의견 1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몇 번의 터치로 따뜻한 음식이 문 앞에 놓이는 ‘편의’의 시대다. 안 그래도 외출이 꺼려지는 찰나 30분~1시간이면 배달을 통해 외식을 즐길 수 있으니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어느새 이 같은 편의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배달 서비스가 없던 때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배달비 1만원 시대.

새해부터 배달업체들이 배달수수료를 올리자 높아진 배달비가 화두에 올랐다. 실제 배달앱을 살펴보면 작년보다 5000~6000원대 배달비는 심심찮게 보이지만 1만원이 책정된 업체는 흔치 않다. 배달비가 1만원이 되는 때는 점심·저녁 주문이 올리는 ‘피크타임’이나 눈·비 악천후 등 배달 과정의 악조건이 겹치는 때다.

배달수수료가 높아진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이다. 배달주문 수요가 늘어난 반면 라이더의 수는 한정돼 공급 가능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배달업체 간 경쟁 과열이 한몫했다. 라이더 확보를 위해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등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적자를 감수하는 출혈경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에 의한 경쟁 과열이 공급가 인상을 부추긴 셈이다.

일부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공급 경쟁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단건 배달은 한 명이 한집만 배달해 빠른 시간 내 최적의 상태인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서비스의 품질은 올라가지만 라이더 수가 한정된 만큼 소화 가능한 물량은 줄고 비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이 단건 배달로 성장하자 배달의민족이 배민1 맞불을 놓으면서 경쟁이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업체 역시 라이더 확보를 위해 배달 수수료를 올렸다.

공급 경쟁의 핵심인 라이더는 배달 수수료 인상의 수혜자로 비춰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배달업을 시작하기 위한 초기 투자금도 높은 데다 오토바이 보험료·주유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순이익이 높지 않다. 사고 위험부담과 업황에 따른 불안정한 수익, 건당 수익 구조로 종일 일해야 일정 금액 이상의 벌이가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배달수수료 인상의 ‘고수익’ 특혜자로 치부하기 어렵다. 배달 중 사고가 나면 이익보단 손해가 더 큰 업종이기도 하다.

배달 수수료는 전부 라이더의 몫이기 때문에 사실상 인상에 따른 배달업체의 직접적인 이득은 없다. 오히려 배달 수요를 소화하기 위한 프로모션 등 라이더의 수익 창출에 힘을 싣고 있다. 배달 과정에서 차질이 생겼을 경우 추가 할증을 부담하기도 한다. 배달업체의 경쟁과열은 실적에 나타난다. 쿠팡이츠는 지난 2019년 런칭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배민은 쿠팡이츠의 등장과 함께 적자의 늪에 빠졌다.

다만 인상된 배달수수료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전가된다. 자영업자는 최소 주문 금액을 통해 최소한의 배달 수익 장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에 대한 배달수수료·광고비 등과 함께 재료비·임대료 등 각종 비용 인상에 따라 부담이 늘고 있다. 결국 배달수수료 혹은 배달 음식 가격 등을 올려 가격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 돌릴 수밖에 없다.

배달 서비스 편의를 취한 소비자는 편의에 대한 대가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결과에 따르면 배달앱 이용자의 82%가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의 음식을 주문한다. 필요보다 많은 음식을 주문해 금전적 부담은 물론 일회용품·음식물쓰레기 등 사회적 비용도 키우고 있다. 소비자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서 외부 불경제를 초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 주문은 음식을 편히 먹기 위한 ‘선택’이지 꼭 취해야 하는 ‘권리’는 아니다. 배달 플랫폼이 출시된 초창기 배달앱이 전화 주문보다 활성화된 이유 역시 편리성에서 경쟁 우위로 선택·소비된 결과다. 배달업체가 몸집을 불려 자영업자의 배달기사 직접 고용이 사라진 현재 배달수수료는 배달 과정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수요는 증가한다. 이에 따른 공급 가격 인상은 당연한 시장 원리다. 배달 플랫폼에 칼을 쥐어준 자는 결국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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