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게임이 속속 출시되면서 이 장르(플레이투언, P2E)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같은 P2E 게임이 사행성을 이유로 심의가 나오지 않고 있어 국내 게이머들이 P2E 게임을 즐길 방법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 무돌 코인→클레이로 교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등급 취소 예고
앞서 국내에서 서비스되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라는 게임도 P2E 게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게임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나돌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긴급하게 등급 분류 결정을 취소했다. 등급이 나오지 않았으니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는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Klaytn) 네트워크를 사용했다. 게임을 스마트폰 스토어에서 내려받기 한 후 카카오톡에 포함된 클립(Clip) 지갑과 연동하면 게임으로 돈을 벌 준비를 절반은 마친 셈이다.
이후 게이머는 게임을 진행하고 퀘스트를 완료하며 받은 무돌코인을 클레이튼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서비스인 클레이스왑(Klayswap)에 접속한 후 카카오톡 클립 아이디로 로그인한 다음 무돌코인(MUDOL)을 클레이(KLAY)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다. 클레이(KLAY) 코인은 실명계좌와 연동된 '빅4' 거래소 중 업비트를 제외한 3개 거래소(빗썸·코인원·코빗)에 상장돼 있어 언제든지 손쉽게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 점을 '사행성'으로 내다보고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의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 측은 이에 소명자료를 준비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밝혔으나 현행법 해석에 따라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코인 획득' 기능을 삭제해야만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게이머에게 귀속되는 아이템은 현행법상 '경품'..사행성 우려
이 같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은 결국 현행 법에 따른 결정이기에 앞으로 국내에서 P2E 게임을 서비스할 가능성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실제 저희(게임물관리위원회)쪽 등급분류 신청한 게임 대다수가 가상자산이나 NFT 아이템이 게임법 상에서 경품에 해당된다고 보고 사행적 우려 때문에 등급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국내에서도 P2E 게임으로 크게 이슈가 된 위메이드의 '미르4'와 관련해서는 "미르4의 경우 국내 서비스를 목적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하지 않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수출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미르4 국내 출시 당시 코인을 획득할 수 있는 기능을 국내에서는 아예 배재를 해 심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가상자산, NFT 등도 폭넓게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화 아이템 자체가 소유권이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귀속되는데 그것을 게임법 상에서 경품이라고 본다. 블록체인 특성상 게임 외부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사행적으로 이용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법 바뀌기 전까지는 P2E 게임 국내선 불법..한동안 서비스 어렵다
현행 게임사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에 따르면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 등의 법률이 제정돼 있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귀속되는 NFT나 코인은 경품으로 해석될 수 있고, 경품의 지급이 사행성을 야기한다는 해석에 따라 국내에서는 P2E 게임의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행 게임 관련 법이 바뀌면 P2E 게임의 국내 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법에 의해 활동하는 기관이다. 게임법을 통해서 (심의를) 결정하는 것이다. 4차산업을 다 막는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신기술과 관련해 위원회와 주무부처, 그리고 관계 기관이 계속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게임이 많이 출시될 텐데 이러한 게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다 들어보고 향후 어떻게 등급을 매겨야 할지,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유저들은 이미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 같은 아이템 거래 플랫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게임만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아이템 거래 플랫폼의 경우 게임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수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며 그로 인해 게임 업계의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국내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P2E 게임을 다수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게이머들은 이를 즐길 수 없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