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10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09년 한국 초연, 2011년 재연 당시 강렬한 메시지와 파격적인 연출로 큰 화제를 모았던 무대다. 물론 그 무대에 오르기를 꿈꾸는 배우에게도 기대와 설렘은 똑같이 피어올랐다.
배우 김현진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주역 모리츠 슈티펠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독일 표현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매우 권위적이었던 19세기 말 독일의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노래한다. 그 중에서 모리츠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다.
김현진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대해. 모리츠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성장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입을 열었다.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무대는 단순히 육체적인 이야기를 넘어선다는 것.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이 표면적으로 극을 이끌고 있지만 그 이상의 ‘성장통’이 관객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살다 보니까 키가 다 컸다고 성장통이 멈추는 게 아니더라고요. 큰 의미에서 사람은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존재잖아요. 우리는 늘 그 시간을 처음 살고 있고. 모두 다 성장통을 겪고 있지 않나요? 나이대마다 부딪히고 또 이겨내야 하는 성장통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성장이라는 주제가 나이, 세대, 시대를 넘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리츠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 김현진은 그동안 주어진 대본 안에서 힌트를 찾으면서 인물을 완성하는 작업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모리츠는 대본에서 말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본을 읽다 보니 모리츠에 대한 표현들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실어증에 가까운 정신 박약아. 철없는 아이 등. 이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은 모두 어른들의 입에서 흘러 나오더라고요. 왜 이 아이를 그렇게 말하는지 알고 싶었고 그것에 반하는 모리츠를 찾고 싶었죠.”
김현진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모리츠가 어떤 인물이냐고 묻는다면 “누구보다 세상을 사랑했고 누구보다 살고 싶었던 아이”라고 답할 것이라 전했다. 자신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 예민함이 있었던 아이. 알고 싶은 것이 많았고 느껴지는 게 많았고 또 그래서 사랑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을 아이라는 것이다.
“모리츠에게 세상은 정말 살고 싶은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모리츠가 정말 어른들의 말 같은 아이라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아이답고 섬세하고 감정에 대해 솔직했을 뿐인데. 세상이 어른들이 그 아이를 재단하고 평가하고 틀 안에 가둔 거죠.”
이번 공연은 이전에 상연됐던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버전과는 다른 색으로 관객을 만난다. 2018년 영국의 '맨체스터 버전'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재창작하는 '세미 레플리카 버전'의 제작방식을 택한 것이다.
“연출님이 “우리는 다른 것을 할 겁니다”라고 하셨어요. 기존 버전은 그 작업대로 존중하면서 새로운,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을 만들고자 하는 작업에 마음을 모았죠. 모리츠에 대해서도 기존 공연 보다 심장 박동 수가 낮아야 할 거 같다는 말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심장 박동 수가 낮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하구요.”
고민을 거듭하던 김현진이 선택한 모리츠는 자신의 많은 부분을 겉으로 표출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타입이 아닌 “조금 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아이”였다. 주어진 동선, 말하는 표현 방식, 마주한 드라마 속에서 모리츠를 찾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김현진은 “기존에 제가 어떤 캐릭터와 나와의 공통점을 찾고 하나가 되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연습을 하면서. 공연하면서 모리츠라는 인물이 어딘가에 있고 제가 그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느낌을 받아요.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 모리츠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인터뷰②] ‘스프링 어웨이크닝’ 김현진 "마지막 기회..기억해야 하는 이야기로"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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