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민혁 기자]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국과 대만 등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사업이 사실상 힘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자 위기의식을 느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을 때 미국은 자체 해결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큰 위험 요소로 봤다.
이에 경쟁력 있고 미국에 우호적인 외국 기업들을 상대로 자국에 투자를 유도해 공급망 회복과 동시에 경제를 살리고 미국은 서서히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자국에서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을 위한 CEO 회의'를 열어 국내외 사업자들의 미국 투자를 독려 했다. 이날 회의엔 삼성전자와 TSMC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NXP가 참석했다.
■美, ASML이 만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불허
지난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요청으로 자국 기업 ASML이 만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장기적인 해외진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초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EUV 노광 장비의 중국 내 수입로를 차단하면서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역시 EUV 장비 반입이 불투명해졌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다.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ASML의 한 해 총 생산 물량은 40∼50대 정도다. EUV를 생산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ASML 한곳 뿐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모두 EUV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EUV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EUV 장비 중국 공장 도입 못할듯
급해진 곳은 SK하이닉스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미국의 압박과 견제가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이 구형 장비로만 가동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SK하이닉스는 총 4조7500억원을 투자해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맺었다. EUV 장비 가격이 대당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20대 가량을 사들일 수 있는 액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구입하기로 한 EUV 장비를 중국 공장에 도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투자 확대를 전제로 한 대응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지속되는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미국 투자 등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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