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사랑받는 올드브랜드②] 변화무쌍 초코파이..장수 비결은 ‘맛 변신’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4.24 18:00 | 최종 수정 2021.05.02 04:58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초코파이의 원조는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이다. 초코파이는 1974년 4월 처음 출시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만 약 20억 개 이상이 팔리고 있다. 한때 소중한 사람들과 초코파이 情을 나누는 광고로 따뜻한 이미지를 입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기존의 초코맛을 넘어 바나나·딸기 등 다양한 맛으로 변신해 맛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초기 초코파이와 초코파이 정 [자료=오리온]

■ 정을 나누는 ‘초코파이 情’의 탄생

1970년대 들어 우리나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식문화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이전과 다른 조금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했다. 이에 오리온 연구원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초코파이는 1970년대 초 선진국을 순회하던 연구원들에 의해 탄생했다. 연구원들은 미국의 한 카페테리아에서 맛본 초콜릿 코팅 과자 ‘문파이’에서 초코파이를 창안했다. 2년여에 걸친 실험 끝에 오늘날과 같은 초코파이가 탄생했다.

출시 당시 지금과는 다른 파란색 패키지로 초코파이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그 뒤 국내 제과회사들에서 유사품이 쏟아졌다. 롯데·크라운·해태 등이 자사 명에 초코파이를 붙여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다. 초코파이는 별도 브랜드 제품이 아닌 ‘보통명사’라는 인식이 고착됐다. 1989년 오리온은 정(情)을 붙여 ‘초코파이 情’으로 상표를 등록하고 타사 제품과 차별화했다. 당시 오리온 초코파이는 타사 제품보다 많이 팔려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초창기 초코파이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급 케이크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활여건이 점차 좋아지자 고급 과자로 취급받지 못했다. 위기를 느낀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애정을 나눌 수 있는 과자’로 선회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초코파이 情을 나누는 내용의 광고도 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와 같은 유명한 CM송으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초코파이의 변신 [자료=오리온]

■ 초코파이의 다채로운 변신..맛부터 품질까지

초코파이가 꾸준히 사랑 받은 비결은 바로 ‘맛과 품질’이다. 초코파이는 현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2015년 오리온은 가격 인상 없이 초코파이의 무게를 35g에서 39g으로 증량했다. 초콜릿도 13% 늘려 진하고 달콤한 풍미를 더했고 식감도 부드럽게 개선했다. 이후 기존의 초코파이 개선을 넘어 색다른 초코파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초코파이 ‘맛’의 변신은 2016년부터다. 2016년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바나나 초코파이 情’을 선보였다. 초코파이 최초의 자매 제품으로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7년 봄 한정판 ‘초코파이 情 딸기’를 출시했다. 한달 만에 낱개 기준 누적판매량 1100만개를 달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매년 봄마다 ‘초코파이 딸기&요거트’와 ‘초코파이 피스타치오&베리’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올해는 ‘초코파이情 딸기블라썸’으로 제과업계 봄 한정판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초코파이 ‘품질’의 혁신을 주도한 ‘디저트 초코파이’는 2017년 탄생했다. 초코파이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되 디저트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원료 자체를 다르게 사용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명확히 했다. 기존 제품과 비슷한 모양에 숨겨진 맛을 배치해 색다른 인상도 심었다. 오리지널·카라멜솔트·레드벨벳·당근케이크 등 차별화된 맛과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선물로도 손색없는 프리미엄 디저트화 시켰다.

오리온은 아예 새로운 재료인 떡과 접목해 ‘찰 초코파이情’를 선보이기도 했다. 찰 초코파이는 2019년 초코파이 출시 45주년을 맞아 출시됐다. 두 달만에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찰 초코파이는 인절미와 앙크림 2종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등에도 찰 초코파이를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랑 받는 초코파이 [자료=오리온]

■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정(情)

오리온 초코파이는 우리나라 대표 과자로 세계시장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오리온은 현지 시장만의 특징을 잡아내 해외 소비자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했다.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인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인에게 정(情)이 있다면 중국인에게는 ‘인(仁)’이 있다. 오리온은 2008년 초코파이 포장지에 인(仁)을 넣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이끌었다. 중국인이 즐겨 마시는 마차 맛을 담아 초코파이 마차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오리온은 국내 제과 브랜드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 파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오리온은 2009년 초코파이에 베트남 현지어 정(情)을 의미하는 ‘Tinh'을 활용해 베트남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베트남 제사상에 초코파이가 오를 정도로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진한 초콜릿을 넣은 초코파이 다크와 벚꽃을 내세운 초코파이 복숭아맛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티타임 문화가 발달한 러시아에서도 오리온 초코파이는 사랑 받고 있다. 2011년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이 초코파이에 차를 곁들여 마시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러시아인에게 친숙한 베리류를 활용한 초코파이는 호평을 받았다. 라즈베리와 체리 맛 초코파이에 이어 지난해에는 크랜베리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인의 감성코드이자 초코파이의 핵심 브랜드가치인 ‘정(情)’을 각 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에 접목시키는 현지화 전략이 굳게 잠겨있던 세계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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