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롯데, ESG ‘빈 말’이었나..ESG채권 발행 이면엔 롯데百 ‘아파트 차별’
기업, 사회적 감수성 장착해야 할 때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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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10:44 | 최종 수정 2021.04.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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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생활경제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성아 기자] 롯데가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전 그룹에 걸쳐 ‘사회적 가치’를 기업 생존과 사업 성패의 핵심 사항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까지 그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은 듯 보인다.
롯데쇼핑은 16일 업계 최초로 1700억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한다. 당초 1000억원 규모로 계획됐지만 수요예측에서 5000억 가까이 자금이 몰리면서 발행 금액을 늘렸다. 롯데쇼핑은 해당 자금을 동반성장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은 ESG경영에 대한 기업 이미지 개선에 제격이다”라며 “유통업계 최초로 채권을 발행했으니 업계 내에서는 ESG경영과 관련해 사회적 기업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전날 롯데쇼핑은 ESG채권 발행과는 사뭇 다른 행보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의 이벤트를 둘러싼 ‘아파트 차별’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은 지난해 9월부터 인근 지역 일부 아파트를 대상으로 무료주차·쿠폰 발행 등 혜택을 제공하는 ‘시그니엘 클럽’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명칭이다. 평촌점은 대상 아파트를 인근 지역 ‘대표 아파트’라고 칭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들은 인근 지역에서도 고가 아파트로 통하고 있었다. 전용면적 84m² 기준 매매가가 최소 8억원에서 20억원까지 호가하는 아파트들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상 아파트 선정 기준은 아파트 가격이 아닌 ‘점포 내 매출 구성비’라고 해명했다.
해당 이벤트는 맘카페 등 지역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역 주민들은 “백화점도 부동산 가지고 차별이냐” “롯데만 있냐 판교 현대백화점 가면된다” “이런 것도 마케팅이라고 했냐” 등 불쾌한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롯데백화점은 시그니엘 클럽 명칭을 ‘아파트 클럽’으로 변경했다. 대상 아파트 명단도 삭제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상 아파트를 인근 지역 모든 아파트로 확대 적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은 그 기업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를 의식해 신 회장 또한 지난 VCM에서 사장단들에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롯데백화점 아파트 차별 논란은 롯데가 올해 쌓고자 한 사회적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만한 이슈였다. 칭찬받아 마땅한 ESG채권 발행 소식도 평촌점 논란에 묻혀버렸다.
불과 몇 달 전 있었던 신 회장의 ESG요소 강조가 빈 말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구매영향력을 따지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진 만큼 기업 또한 사회적 감수성을 가지고 사회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전반에서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기업들이 행동을 조심하고 ESG경영을 주창하는 것 모두 생존을 위해 하는 것이다”라는 농담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유통 기업들에게는 더 와 닿는 말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사회의 발전과 상생’이라는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해 이제는 롯데뿐만 아니라 기업들 모두가 사회적 감수성을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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