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X애플] 13조원 증발한 현대차 공시..'자율주행 전기차' vs '자율주행차'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2.08 18:43 | 최종 수정 2021.02.08 20:17 의견 0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이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애플카) 협의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주가가 곤두박칠쳤다.

■ 현대차그룹 8일 공시로 시총 13조원 이상 급감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8일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불과 2~3일 전만 해도 양사 간 협의가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뉴스가 국내외에서 쏟아져나왔기에 주식을 추가 매수한 투자자들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8일 공시후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기아 등 관련 주가가 모두 크게 떨어졌다. 현대자동차는 전 거래일보다 6.21% 떨어진 23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는 8.65%, 현대위아는 11.90%, 현대글로비스는 9.50% 각각 급락했다.

애플카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아는 하락 폭이 더욱 컸다. 8일 하루 동안 14.98% 급락했다. 이들 5개 기업의 시총은 하루 동안 13조5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크게 주가가 뛴데다 애플카 협업설까지 나돌아 앞다퉈 투자한 '개미'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반면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주식을 매도, 차익을 실현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 임원 14명은 지난달 6일 이후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537주(우선주 포함)를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약 8억6100여 만원에 달한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주가 하락을 주식 추매의 기회로 보고 있다. 글로벌 4위 자동차 판매업체이자 글로벌 4위 전기차 판매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이 굳이 애플의 위탁생산(하청) 기지가 될 필요가 없고 이번 사태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생산능력과는 무관한 만큼 새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줄줄이 출시되면 주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 현대차가 최대주주인 언론사가 단독 보도..협상 결렬 배경 논란

일각에서는 이 사태에 대해 한 매체의 무리한 단독 보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 한국경제TV가 애플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애플카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심지어 "전기차 생산은 물론 배터리 기술까지 공유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검토가 마무리된 단계로, 정의선 회장의 재가만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은 '풍문 또는 보도의 내용'에 대해 "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시 내용, 그리고 이후 언론에 밝힌 공식 입장을 살펴보면 애플이 여러 자동차 업체에 협력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여러 업체에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 매체가 이미 일사천리로 확정된 듯 보도했고, 이것이 다시 외신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양사간 협력이 기정사실화됐다.

결과적으로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던 상황에서 왜곡된 정보가 지나치게 생산된 것이 애플 측의 화를 돋운 듯 보인다. 지난 5일(햔지시간)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그룹이 언론에 프로젝트를 언급해 애플이 화가 난 게 중단 이유"라고 보도했다. 이에 맞춰 현대차그룹도 2월 8일 양사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하며 협력 무산의 쐐기를 박았다.

결국 대규모 협약에 대한 비밀유지 계약이 발설돼 기사화되면서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는 "최대 주주가 현대자동차인 언론사가 보도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자발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바닥에서 비밀유지를 하지 않으면 협상이 중단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대기아차는 애초에 협상할 의지도, 생각도 없었고 언론 플레이로 주식 장난질이나 해보자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현대자동차그룹과 초기 보도 언론사를 작심 비판했다.

■ '자율주행 전기차' 아닌 '자율주행차량' 협의 진행 안해..'전기차' 협의 가능성 있나

현대자동차그룹이 1월 8일과 2월 8일 공시한 내용. [자료=DART]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시 내용이 부정확하고 두루뭉술한 점을 지적하며 아직 애플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협상이 진행 중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8일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달 8일 공시한 내용(당사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습니다)에서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부분만 추가됐기 때문이다.

공시 내용만을 본다면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전기차'에 대한 협의는 진행할 수도 있어 보인다. 현대차의 'E-GMP' 플랫폼을 제공하는 식의 협력은 가능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대해 묻자 현대차 관계자는 "공시 이상 추가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노코멘트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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