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 펜데믹 속 한정판 이벤트 ‘눈쌀’

박수진 기자 승인 2021.01.29 11:35 | 최종 수정 2021.01.29 13:50 의견 0
29일 경기도 한 스타벅스커피 매장에서 전날부터 판매를 시작한 ‘버디 세트(레오)’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내걸고 있다. [사진=박수진 기자]

[한국정경신문=박수진 기자] “최소한 자정까지만이라도 영업을 허용해달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새벽부터 줄섰다...스타벅스 피규어가 뭐길래”, “스타벅스 피규어 대기줄 놓고 경찰까지 출동” (최근 언론 헤드라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자영업자들과 달리 커피 프랜차이즈 ‘공룡’ 스타벅스 매장은 연일 고객들로 문정성시(門前成市)를 이루면서 보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한정판’ 굿즈 이벤트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어서다.

일례로 최근 스타벅스가 독일 장난감 회사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피규어 ‘플레이모빌’의 마지막 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오픈런(매장 오픈 시간 전 줄을 서서 기다림) 대란이 4주째 벌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매장에선 개점과 동시에 피규어가 전부 매진됐다.

앞서 지난주에는 피규어 상품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규어를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서로 ‘먼저 왔다’고 대치하면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 “예고된 사태”라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업계가 이처럼 반응하는 데는 그동안 스타벅스가 진행한 프로모션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먼저 지난해 여름에 실시된 일명 ‘서머 레디백’(여름 소형 캐리어) 프로모션은 캐리어 구매를 위해 오픈런은 물론, 커피 300잔이 버려지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해당 프로모션은 그해 5월 21일부터 7월 22일까지 63일간 진행된 것으로 서머 레디백 외에 캠핑 의자(서머 체어)를 증정품으로 제공됐다. 당시 높은 인기에 전국 각 매장마다 매일 한정 수량이 제공됐고 이는 오픈런을 더욱 부추겼다.

이어 스타벅스는 ‘서머 레디백’ 이벤트 종료 하루 전인 21일부터 ‘21주년 기념’ MD 한정품을 출시해 굿즈 대란을 이어갔다. 스타벅스는 매년 창립기념일 7월 28일 전후로 한정판 MD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장우산과 머그, 글라스, 텀블러, 키 체인 등 기념 MD 상품과 카드를 선보였다. 당시 우산 품목이 조기 품절 사태를 맞아 일각에서는 레디백에 이어 우산 대란이 벌어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7월이 채 끝나기도 전인 28일에는 그해 봄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컬러체인징 리유저블 콜드컵 세트’를 한정판으로 재출시 했다. 해당 제품 역시 첫 날부터 매진되며 품절 대란을 이어갔다. 당시 네티즌들은 “지난번 출시 때는 인당 수량 제한이 없어서 못 샀는데 이번에는 수월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줄 섰는데 내 앞에서 품절됐다” 등 반응을 보였다.

같은달 개점 21주년을 맞이해 오픈한 스타벅스 최대 규모 매장인 ‘더양평DTR점’은 오픈날인 24일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고객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여기에 당시 수십만명(지난해 7월 기준 31.6만명, 현재 약 5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더양평DTR점’ 방문 인증샷을 올리면서 방문 고객들은 더 몰렸다.

이쯤되면 스타벅스가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지난해 6월 한 시민단체(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스타벅스를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속 과도한 증정품 제공 행사로 방역 위험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지만, 고발시점 이후부터 해가 바뀐 현재까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연일 거리로 그리고 국회로 나가 생존권 보장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 대기업인 신세계그룹이 지분을 참여해 운영 중인 스타벅스는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에 혈안돼 있는 모습이다. 기업이 돈을 벌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져 묻는 이도 있겠지만, 꼭 지금 이 시기에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인지 되려 묻고 싶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사회적거리두기가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자영업자들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했듯이 스타벅스처럼 큰 기업들이 아니다. 코로나 펜데믹 속 모두가 힘들 때 대기업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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