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자료=현대차)
[한국정경신문=김진욱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취임후 2년만에 처음으로 위기 대응력을 시험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대표적 '미래 먹거리'인 수소차를 겨냥한 과감한 투자 결정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부 조직관리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차 본사 직원이 직장 상사의 '갑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사가 일어나 큰 충격을 줬다. 여기에 주력 전기차 모델인 코나EV에서 '배터리 이상'으로 의심되는 화재가 국내 10건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12건이나 발생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공백' 중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주력 전기차 '코나EV' 화재, 국내 10건 등 전세계 12건 발생
6일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2시 50분경 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에 나섰다.
당시 충전 중이던 차량은 현대차의 코나EV다. 코나EV는 국내 양산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다. 코나EV는 2018년 출시한 이후 국내에서만 3만 대 정도 판매됐다.
지난 4일 오전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로 전소된 코나EV. 당시 충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달성소방서)
문제는 코나EV 화재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가장 최근에는 겨울 8일 전인 지난달 26일 제주도 일도2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충전 중에 있던 코나EV에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10건 해외에서 2건 등 총 12건의 화재사고가 보고됐다. 국내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코나EV 결함 신고는 4일 현재 10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해당 화재에 대해서 배터리 결함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과수 감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있었던 코나EV 2건의 화재에 대해 국과수 수사 결과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팩 내부의 전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코나EV의 화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제작결함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결함조사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숨기기에만 급급..'자율·수평적 기업문화'는 헛구호?
코나EV의 잇따른 화재는 현대차의 외부 문제라면 최근 불거진 내부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은 현대차의 내부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해당 직원은 지난 4월 우울증으로 휴직계를 내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초 휴직 6개월여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내부 직원들의 소통창구인 블라인드를 통해 전달이 됐다.
해당 직원이 디자인센터 고위 임원이 A씨로부터 폭언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속속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한 직원은 “관련 임원은 호불호가 극심해 마음에 안 드는 인원에게는 ‘너는 나 회사 나가라고 디자인을 이렇게 하는 거냐’ 등 폭언을 눈에 보일 때마다 한다”며 “‘A씨에게는 X만도 못한X 니가 디자이너냐’라는 폭언을 자주했다”고 주장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욕먹으면서도 가족 있는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다니지만 누가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내부 직원들은 관련문제를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공론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관련 글들을 지우는 것은 물론 주요 언론에서 나오는 관련 기사까지 통제를 하며 문제를 축소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가 관련 사항이 외부에 나가는 것을 극히 꺼리며 여전히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관련자들의 영상을 돌연 비공개 처리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사의 갑질이 원이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의 한 직원을 추보하는 글.
이러한 현대차의 행보에 내부 직원들은 “현대디자인센터 ○○○ 디자이너 본인 사망에 대한 추도사 및 호소문‘을 지난달 30일 게시했다. 관련 글은 같은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현필씨가 작성한 것으로 동료직원 252명을 대표해 올린 호소문이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현대차 내부망에 공식적으로 게재할 수 없어 외부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커뮤니티 관계자는 "현대차가 내부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과 현대차 조직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부인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수소차와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 개편을 하고 있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차가 코나EV 문제로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문제가 원인으로 보이는 코나EV 화재 사태를 잘 마무리해야 향후 미래차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현대차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현대차는 내부 조직 시스템이 상명하복의 위계구조가 명확한 조직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취임 후 세대교체를 통해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로 대대적인 혁신을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소속 직원의 불행한 선택과 그후 수습 과정을 보면 여전히 고압적인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러한 내부 조직문화를 바꿔야만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