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금융위원회가 해체되고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신설하는 대대적인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이 확정됐다. 기존 ‘투톱 체제’였던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구도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장이 추가돼 ‘쓰리톱 체제’로 확대된다. 금융권에서는 감독 기관만 늘어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이찬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챗GPT 생성)

정부는 지난 7일 고위 당정 협의회를 통해 금융위원 해체와 금감위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분리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로 넘어가고 감독 기능은 신설되는 금감위가 맡는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원(금소원)으로 독립해 별도 공공기관으로 출범한다. 금융당국은 정책과 감독의 분리, 소비자 보호 강화를 개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상대해야 할 기관이 늘어나면서 업무 부담과 규제 강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로써 금융회사를 상대하는 금융당국 수장은 사실상 세 명으로 늘어난다. 금감위원장은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고 금감원장은 실질적인 감독 집행을, 금소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특히 정부는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을 명확히 금지하며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새로운 ‘쓰리톱’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초대 금감위원장에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억원 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유력하다.

금감원장과 금소원장 임명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는 이찬진 현 금감원장이 금감원장 자리를 유지하고 금소원장에는 별도 인물을 임명하는 방안이다. 금소원장 후보로는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교수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으며 최근 국정기획위원회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소원장으로 이동해 신설 기관에 힘을 싣는 방안이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이 이런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솔직히 딱히 좋아진 것은 없고 상대할 기관만 네 군데(재정경제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로 많아졌다”며 “관치 리스크가 더 커진 셈”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큰 우려는 이중감독 문제다. 금감원과 금소원이 각자의 잣대로 감독권을 행사하면 금융사들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두 기관의 검사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는 업무 효율성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관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과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상법개정안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놓고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장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현 금융당국 투톱인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금감원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 원장은 은행권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금리 산정은 자율 규제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금소원에도 감독·제재권한이 부여되면서 금감원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정부는 시행 초기 금감원과 금소원의 관계 설정과 업무 설정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다만 모호한 경우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다른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현장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감독분담금이 늘어나거나 업무 보고를 위해 세종까지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