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미라 기자] 끝없는 폭염 속에서도 매일 새벽, 어김없이 목장 불빛이 켜진다. 젖소를 돌보고 우유를 짜내는 일은 하루도 쉴 수 없는 고된 노동이다. 우리가 손쉽게 마시는 우유 한 잔은 이렇게 낙농가의 땀방울과 정성으로 시작된다.

26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 여름 폭염 속 낙동가의 고된 일과를 소개했다.

(사진=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낙농업은 농업 가운데서도 가장 고된 분야로 꼽힌다. 젖소는 원유 시장의 수급 상황과 관계없이 하루 두 번 반드시 착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젖소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심할 경우 유방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착유 외에도 먹이 주기, 축사 청소 등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하루 일과는 새벽에 시작해 늦은 밤에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365일 목장과 젖소 관리는 멈출 수 없고, 치밀한 작업 계획 없이는 낙농가의 일상은 온전히 젖소의 일상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팍팍한 삶 속에서도 국내 낙농가들은 ‘품질 좋은 우유를 만든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년 200곳 이상의 낙농가가 폐업하고 있으며, 폐업 가속화가 지속되면서 낙농 생산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시설투자와 사료 구입에 따른 높은 비용 부담, 그리고 후계농 부족이 꼽힌다.

‘2024년 낙농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24년 기준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액은 5억 5700만 원이다. 최근 5년간 52%나 가파르게 증가했고 전국 농업인 평균 부채의 약 13배에 달한다. 특히 목장 시설투자 대부분이 대출이라 감가상각 전, 수익 발생에 앞서 상환에 쫓길 수밖에 없다. 작년 부채 발생 원인은 ‘시설투자’가 46.1%로 가장 많았고, 사료 구입이 19.5%로 뒤를 이었다.

낙농가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낙농가 경영주 가운데 60대 이상은 56.4%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70대 이상 비중도 ’23년 8.8%에서 작년 13.4%로 증가했다. 평균 경영 기간은 ‘31년 이상’이 45.3%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후계농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체 낙농가의 32.1%만이 ‘후계자가 있다’고 답했으며, 38.9%는 ‘후계자도 없고 육성 계획도 없다’고 응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여름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젖소 착유량 감소와 폭염 스트레스 저감을 위한 비용투자로 생산비 상승까지 겹쳐 낙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더위에 취약한 젖소의 특성상 여름철에 착유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올해에는 유난히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착유량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또한 안개분무와 대형선풍기, 차광막설치 등의 추가 시설비 투입으로 지출이 늘고 있어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구하고 국내 낙농가들은 세계 최고 품질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매일 같이 새벽녘이면 목장 불을 켠다. 청결한 목장환경 유지는 물론, 젖소 한 마리 한 마리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키운다. 이러한 노력 끝에 신선하고 건강한 ‘국산 우유’가 만들어진다.

(사진=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경기 포천에서 젖소를 사육하는 박호진 덕흥목장 대표는 젖소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박 대표는 “송아지 때 건강하면 80%는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작은 증상도 놓치지 않고 관리한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고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운동장 면적 대비 실링팬을 많이 설치하고 스프링클러, 차광막 등을 활용해 환기와 바닥 건조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이러한 세심한 관리 덕분에 체세포 수 평균 6만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유질등급 우수표창’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의한 국내 원유의 위생등급기준에 따르면 국내 체세포 수 1등급 기준은 ㎖당 20만 개 미만, 세균 수 1A 등급 기준은 ㎖당 3만 개 미만이다. 해외 낙농 선진국인 덴마크도 ㎖당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을 1등급으로 설정하고,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는 ㎖당 체세포 수 40만 개까지 1등급 판정을 내린다. 세균 수는 덴마크는 ㎖당 3만 개 미만, 프랑스는 5만 개 미만, 네덜란드는 10만 개 미만이다. 즉 한국은 해외 낙농 선진국들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

건강한 젖소에서 얻은 원유가 곧바로 위생적인 관리와 가공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은 매일 새롭게 이어진다. 국산 우유는 오늘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낙농가의 손끝에서 신선식품으로 태어나, 소비자의 식탁에 신선한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