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고물가로 인한 유통업계의 업황 부진으로 기업들이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와 애경산업은 현재 인수대상자를 찾고 있으며 발란과 위메프는 여전히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와 애경산업이 매각 매물로 나왔다.(사진=각 사)

2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주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임하고 3개월 내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며 내달 중으로 매각희망자를 추려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영업을 지속하기보다 청산할 경우의 가치가 1조원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매각이 시급해졌다. 매각 가격이 1조원 이하로 예상되는 만큼 익스프레스 등 분할매각이 아닌 통매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주주인 MBK도 2조5000억원 규모 보통주 소각으로 매각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달 조건부 인수계약이 체결되면 8월 후보자들의 예비 실사가 진행되고 9월 들어서야 본격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GS리테일과 한화그룹을 비롯해 쿠팡,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홈플러스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S리테일은 과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각 매물로 나왔던 시기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화그룹은 김동선 부사장의 유통 사업 확장 의지와 맞물려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퀵커머스 및 신선식품 배송 역량 강화 차원에서 홈플러스가 가진 전국 오프라인 점포망을 매력적으로 여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실제로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아직 없는 상태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 차원의 재무 구조 개선 및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핵심 계열사 중 하나지만 그룹 차원에서 전반적인 유동성 확보와 재무 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애경산업은 지난 19일 매각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업계에 따르면 10여곳의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투자자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매각가는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시가총액 3800억~4000억원대 수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앞서 호반그룹, 동국제약, 동원그룹 등이 애경산업 매각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 곳 모두 예비입찰에 불참했다.

예비입찰이 마무리된 만큼 인수절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은 내달 예비입찰 후보들 사이에서 적격인수후보를 추린다. 이어 8~9월 본입찰이 시작되고 9월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 측은 “애경산업은 이번 매각을 주관하는 주체가 아니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위메프와 발란은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나 6개월 넘게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제너시스BBQ가 위메프 인수에 관심을 갖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적극적인 관심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BBQ 측은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는 정도”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위메프는 매각가 100억원대지만 4400억원 총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희망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발란 역시 정산 지연 사태를 겪고 사업성이 훼손되면서 뚜렷한 잠재적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며 “각 매물의 매각 성사 여부는 기업의 개별적 상황을 넘어 시장의 전반적인 투자 심리와 업황 변화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