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김재성 주필] “문 대통령은 왜 한·미·일 공조에 소극적인가” 지난 달 26일 워싱턴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불쑥 던졌다는 질문이다. 일본 정부 소시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절친인 아베 총리에게 묻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질문을 했으며 아베 총리는 뭐라고 답했을까.
지난 해 일본은 동북아에서 ‘제팬 패싱’의 수모를 겪었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의 삼각외교가 세기의 퍼포먼스를 연출하면서 이목을 끌 때 일본은 섬나라에 갇힌 듯 세계인의 안중에 없었다. 오죽하면 아베 총리가 견원지간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건 없이 만나자”라고 했을까.
그 아베가 올 들어 보란 듯이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의 주춧돌(conerstone)의 입지를 회복했다. 그것을 입증하듯 트럼프대통령은 이 달 말이면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를 만나게 될 텐데 앞서 일본을 방문했다. 아베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파격행보다.
일본은 외교 매뉴얼의 최상급에 속하는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도착에서 떠날 때까지 만찬,골프, "천황" 예방, 거의 모든 일정을 아베총리가 직접 안내해 국제사회, 심지어 국내 언론으로부터도 ‘총리가 투어 가이드인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필요하면 영혼도 내 줄 수 있다는 자세다. 중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일본이 기생들을 앞세워 맥아더 사령관을 녹인 덕택에 식민지를 면하고 살아 남았다”며 개탄하던 ‘기생외교’가 무슨 뜻인지 일본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9한 환대를 보면 이해가 간다.
‘투어 가이드’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베푼 아베총리의 과공(過恭)은 까닭이 있었다. 소에야 요시히데 교수(게이오 대)의 말을 들어보자. “미국 제일주의를 내 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확신할 수 없고 또 그가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일본 외교의 디테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전범국가면서도 미국의 후견 덕택에 동북아 리더로 군림하고 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 이란 분쟁도 중재자 역을 자임한다. 12일 이란 방문이 그것이다. 거기다 이 달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무대는 주최국의 프리미엄까지 더해 기고만장이다. 아마도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전통적인 한·미·일 정상회담보다 미·일·인도 정상회담에 더 치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 “미, 일은 밀착하는데 한국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 미북 중재자 역할까지 일본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며 걱정들을 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일본 보수 언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 보수언론이 대신해 주는 것과 다름 아니다.
미, 일, 인도 연대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환으로 친디아(Chindia, 중국과 인도) 협력경제 에 공을 들이는 데 대응해 미국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연대를 추진하면서 생긴 것이지 한·일, 한·미 친소와는 무관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남한은 동북아의 전략의 핵심축(linchipin)이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일관된 전략이며 세계패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버릴 수 없는 전략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동안의 한·미·일 공조 는 남북한의 적대적 대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구조하에서 우리는 항상 일본의 뒷줄에 서야 했다.
미국과 관계가 중요한 것은 일본과 한국이 같은 입장, 같은 운명이다. 주한 미군, 주일 미군, 작전 할 때는 당연히 하나다. 한미동맹, 미일동맹도 한 세트다. 그러나 우리가 왜 미·일 합동작전이라는 명분으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우리 동의 없이 동해의 우리 수역에 진출하는 한·미·일 군사동맹에 끌려 다녀야 하는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큰 틀의 한·미·일 공조는 달라질 게 없지만 한국만의 이해관계는 한국적 방법으로 대처해야 해야 한다. 북한 핵은 우리에게는 윗목의 폭발물이다. 그래서 한국이 가장 심각한 당사자다. 한국은 한국의 안전을 위해서 종전선언과 북미수교를 촉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제재완화를 종용할 당위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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