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세계 최고가 기업이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23년 10월 1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혼하이 테크 데이에서 엔비디아의 공동 창립자 겸 CEO인 젠슨 황이 연설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16.97% 급락하며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 달러로 줄어들며 3조 달러를 밑돌았다. 지난 24일 대비 5890억달러(약 846조원)가 증발한 셈이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위에서 3위로 급락하며 아마존(2조4750억 달러)에 추격당하는 위기에 처했다.

엔비디아가 이처럼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딥시크의 AI 모델 ‘V3’가 엔비디아의 고가 AI 칩 없이도 고성능을 구현하며 AI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A100, H100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전 세계 AI 시장을 주도해왔다. 특히 H100은 칩 한 개당 3만 달러(약 42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으로 AI 모델 구동을 위해 수십만 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성능이 낮은 H800 칩을 사용해도 빅테크 기업들의 최신 AI 모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며 AI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딥시크의 V3 모델 개발 비용은 약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인 650억 달러(약 93조원)에 비하면 크게 저렴한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 연구기관 야르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는 엔비디아에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딥시크가 적은 수의 엔비디아 칩으로 오픈AI와 같은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해 성명을 통해 “딥시크의 작업은 새로운 모델이 어떻게 생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널리 사용 가능한 모델과 완전한 수출 통제 준수를 충족하는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며 “추론에는 상당수의 엔비디아 GPU와 고성능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