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금리 인하 효과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가계대출 금리를 오히려 올리고 있어서다.
예적금 금리는 날로 떨어지는데 가계대출 금리는 고공행진하면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상생금융 이전인 1%포인트대로 도로 높아졌다.
2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04%포인트로 한 달 전(0.73%포인트)보다 0.31%포인트 더 벌어졌다.
5대 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는 올해 8월 이후 3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다. 이들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1.20%포인트로 가장 높고 이어 ▲KB국민은행 1.18%포인트 ▲신한은행 1.01%포인트 ▲하나은행 0.98%포인트 ▲우리은행 0.81%포인트 순이다.
예대금리차가 높다는 것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간 격차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지난달 예대금리차 확대는 저축성 수신금리보다는 가계대출 금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가계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0.45%포인트 오른 4.40%를 기록했다.
그간 상생금융 영향으로 낮은 예대금리차를 유지해온 은행일수록 가계대출금리의 상승폭은 더욱 컸다.
지난 7월, 8월 가계예대금리차가 은행권 최저 수준인 0.20%대를 기록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두 달 간 가계대출금리가 3.69%에서 4.45%로 0.7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7월부터 5대 시중은행 중 가계예대금리차가 가장 낮은 우리은행의 경우도 같은 기간 가계대출금리가 0.58%포인트 뛰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전후로 시장금리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금리는 시장 논리에 역행한 셈이다.
원인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선 탓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3000억원이 늘어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찍자 연말까지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는데 그 결과 7월 이후 총 20차례가 넘는 대출 금리 인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도록 주문하면서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방식은 사라졌다. 하지만 한은의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뒤 두 달 연속 인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 시장금리는 대폭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은행채 5년 만기(무보증·AAA) 평균 금리는 연 3.000%로 하루만에 0.092%포인트 떨어졌고 3년물 평균 금리는 2.933%로 2%대로 내려섰다. 3년물 평균 금리가 2%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22년 3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다.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한 시기가 지난달 말부터인 데다가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추가 인하도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예대금리차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 가계대출이 고금리로만 나가고 있는 상황이고 예금에 신규 자금이 몰리고 있으니 예대금리차는 커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금리차 이슈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출 금리를 인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시점에 대출 금리를 내리면 그간 가계대출 관리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면서 “내리고 싶어도 못 내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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