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부상인가 질병인가’..법적 책임 갈림길
임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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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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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를 둘러싸고 정부와 삼성전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쟁점은 이번 사고를 '부상'으로 볼 것인지 '질병'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 차이다.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번 사고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의 성격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고용노동부는 6개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이번 사고를 '부상'으로 판단하고 중대재해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방사선 피폭이 교통사고와 유사한 일회성 사고라는 점을 들어 '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4개 대형 로펌의 의견을 근거로 이번 사고가 '질병'에 해당해 중대재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조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안전장치인 인터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기준치의 최대 188배를 초과한 방사선에 피폭됐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용규 씨는 5월 28일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방사선 피폭으로 양쪽 손 부위의 국소 방사선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사고'로 산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8월 1일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분류해 승인했다. 이에 이용규 씨는 "화상을 두고 '화상 부상'이라고 하지 '화상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3도 화상을 진단받았고 3년 이상 치료 소견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법무부 산하 정부법무공단은 이 사고를 단순히 '질병'으로만 분류할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피해가 초기에는 '부상'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부상'과 '질병'을 엄격히 구분하면 초기의 즉각적인 피해와 그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을 적절히 다루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공단은 사고의 전체적인 맥락과 영향을 고려해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피해 노동자들은 5개월 가까이 치료를 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에 해당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의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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