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비춰질라..은행권, 주담대 금리 인상 노심초사

당국 압박에 이달 들어 두 번째 주담대 가산금리 인상 조치
예금금리는 떨어지는 데 대출금리만 조정..예대금리차 커진다
작년 말 0.57P%→올 5월 0.68P%..하반기 예대금리차 더 커져
상반기 역대급 실적 예고됐는데..이자장사 비춰질라 우려

윤성균 기자 승인 2024.07.23 11:0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된 가운데 가계대출 문턱만 계속 높이다가는 지난해와 같은 ‘이자장사’ 논란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오는 24일 주택담보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0.20%포인트씩 올린다. NH농협은행은 대면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상품 금리를, 우리은행은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올렸다.

5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앞서 신한은행은 전날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포인트 올렸고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변동·혼합형 금리를 0.20%포인트씩 올렸다.

이들 은행 중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 대출금리 인상이다. 이달 초순 전후로 한 차례 가산금리 조정에도 주담대 금리가 내려오지 않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날 5대 시중은행의 금융채 5년물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2.91~5.58%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하단 금리가 처음으로 연 2%대로 내려 온 뒤 추가로 더 떨어졌다.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과 비교하면 하단은 동일하고 상단은 0.10%포인트 내려갔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가장 낮은 신한은행이 전날 0.05%포인트를 인상했음에도 2.9%대를 유지한 것은 사실상 금리 인하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들의 가산금리 조정에도 주담대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고정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시장금리(금융채)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이달 1일 3.490%에서 이날 3.334%로 0.156%포인트 내려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조정해서 금리를 올려봐야 시장금리 하락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속도 조절은 가능하겠지만 대출 금리 인하 대세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권에서 인위적인 대출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예대금리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은행의 예대마진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날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연 최고 금리는 3.45%로 기준금리인 3.50%보다 낮은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0.57%포인트 수준이던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 5월 0.68%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시장금리 인하가 본격화된 6, 7월 예대금리차는 이보다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돼 있는 하반기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의 수입이 늘지만 돈을 빌린 사람의 이자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예대금리차 확대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은행권 이자장사 논란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당장 이번주 발표될 은행권의 2분기 실적에서도 대출 성장에 따른 이익 성장이 예고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보면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추정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역대급 실적이 은행권 이자장사 결과로 비춰질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 금리를 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이자장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자칫 2021년처럼 대출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가면 은행만 욕먹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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