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스마트스코어 유료전환은 왜 골퍼들의 반감을 살까

박진희 기자 승인 2024.07.16 10:50 의견 0
산업국 박진희 부국장


“멤버십 안하고 거리 계산 못해. 거리 계산 다 해서 쳐야할 거리를 알려주잖아”

종종 주말에 함께 스크린골프를 치는 골린이 친구의 말이다. 골프존 G멤버십 사용자다. G멤버십은 사용자 전용 코스매니저, 스크린 아이템 무제한 사용, 샷분석, AI코치, 고화질 나스모 등의 혜택을 받는다. 기자가 봐도 골린이들에게 전용 코스매니저나 샷분석 등의 서비스는 월 4900원의 구독료를 내고 사용할 만큼 무척 유용해 보인다.

또 다른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 이야기를 해보자.

스마트스코어가 9월 1일 스코어 서비스를 유료화한다. 스마트스코어에 따르면 오는 8월 1일 스코어서비스 버전업에 따른 유료전환으로 9월 1일부터 스스플러스 미가입회원에게는 누적 스코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소식이 전해지자 골퍼들 사이에서 심리적 저항감이 적지 않아 보인다. 기자가 속한 골프모임, SNS 등을 통해 골퍼 100명을 조사해봤다. 그 결과 7명에 해당하는 7% 만이 스스플러스에 가입하고 계속해서 스마트스코어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93% 골퍼들에게 미가입 이유를 물었다. ‘돈을 내면서까지 사용할 만큼 유용하지는 않다’ ‘카카오골프, 김캐디 등 대체 플랫폼이 있다’ 등의 답이 나왔다. 상당수 골퍼들은 ‘내 스코어 데이터를 가지고 장사하는 것 같아 배신감이 든다’는 답변을 했다.

스마트스코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스코어 데이터를 어디에 기록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사진으로 보관’ ‘김캐디 이동’ ‘개별 기록’을 언급했다.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다. 기자가 조사한 100명의 골퍼는 평균 월 3~4회 많게는 10회 이상 골프장 방문 대상이었다. 월 4500원의 구독료가 금액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 유료화에 저항감은 갖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유료화 전환 전에 370만 유저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을 했을까. 혹은 스코어 기록을 시작했을 때와 같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놨나.

스마트스코어는 더 이상 독보적 서비스가 아니다. 유료화 전환 소식 직후 김캐디가 발 빠르게 스코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반증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종이와 데이터로 스코어 시대를 나눈 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그로 인해 370만 명이라는 사용자들이 모였다. 날로 증가하는 사용자 수와 그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3000억 원에 육박하는 투자금 유치 또한 사용자수가 기반 됐을 터다. 업계에서 독보적인 사업 확장과 투자금 유치, 8500억 원 기업 가치 인정의 기저에 370만 사용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 사용자들에게 공감을 얻는 작업은 유료전환 이전에 선행됐어야 했다. 공감 없는 기존 데이터 유료전환은 심리적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다.

스스플러스는 월 4500원 유료화에 스코어관리, 모두의 야다지, 골프 커뮤니티 골프썸, 포인트적립, 골프예약, 골프쇼핑, 연습장‧프로 레슨 이용 할인 등 7가지 서비스를 내세웠다. 실상 스코어관리를 제외한 6개의 서비스는 다수 골프 플랫폼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혁신 없는 유료 전환임에는 분명하다.

골프존과 같이 기존 누적 데이터 사용을 그대로 두고 멤버십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넣어 옵션으로 제시한 것도 아니다. 사용자들의 기존 누적 데이터 자체에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한다. 그 분명한 사실 앞에 370만 명 회원들의 누적 데이터가 볼모가 됐다는 볼멘소리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스마트스코어는 지금이라도 누적데이터 활용과 스코어 입력 서비스는 유료 멤버십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 유저들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것만큼 간단하고 빠른 수익화가 또 있을까. 그 간단한 발상은 유저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불만을 품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기록과 앱을 삭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

회사가 스코어 누적데이터를 포함한 유료전환을 고수한다면 상당수 사용자들의 불만은 앱 삭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사용료를 지불하는 일부 사용자들에게만 서비스를 하겠다는 핀셋 전략이었다고 하면 무척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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