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당신들이 독재를 아는가? 민생을 아는가?

김재성 주필 승인 2019.05.09 13:29 | 최종 수정 2019.05.09 13:30 의견 15
 


[한국정경신문=김재성주필] 요 며칠, 날씨가 눈이 부시게 좋더니 감나무 연한 잎이 반들반들 윤이 난다. 지금 쯤 시골 고향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일 터. 감잎이 반들거리면 무논에 개구리 알이 보인다. 개구리가 알을 낳을 정도면 냉기가 가셨음이니 모내기를 서둘러야 한다. 

세상만사에는 때가 있다. 그 때를 잘 맞추는 것이 지혜다. 주역은 바로 때에 적응하는 지혜를 제시하는 경전이다. 훌륭한 농부는 감꽃이 피면 올콩 심을 때임을 알고 감꽃이 지면 메주콩을 심는다.  그것이 시중(時中)이다.  

정치판에서 때 아닌 ‘독재타도’ 구호가 요란하다.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 공동발의로 정치개혁법안과 사법개혁법안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절차)에 올리는 것을 막느라고 내 놓은 슬로건이다. 패스트트랙 상정은 이미 끝났지만 자한당의 장외투쟁은 계속된다. ‘독재타도’ ‘장외투쟁’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독재란 무엇인가? 주권이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독재자요. 그 한 사람이 하는 정치가 독재정치다. 그 한사람의 비위를 건드리면 ‘감히 나를?’ 불벼락이 떨어지는 세상,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독재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꼽히던 8선의 고 정일형 의원은 유신에 반대하는 ‘구구선언문’에 서명했다가 의원직을 상실했다. 1976년 3월의 일이다. 충남 서천출신 남장여성의 여장부였던 김옥선 의원은 75년 국회본회의 발언에서 박정희를 독재자라고 했다가 의원직에서 물러난 후 영원히 정치낭인으로 살았다. 대구 출신 고 유성환의원은 86년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대한민국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야당 총재시절 외신과 인터뷰 중 “미국은 박정희 정권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 것 때문에 민주공화당 발의로 국회에서 제명처분을 당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단 원내대표는 지난 3월 국회 대표연설 중 “더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주십시요”라고 했다. 불룸버그 통신을 인용했다고는 하지만 외신이라고 다 옳은 것도 아니요. 더구나 문맥을 달리하는 인용은 금기다. 중요한 것은 나 대표는 이런 발언을 하고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불이익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심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그토록 거침없이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 그 입이 바로 들꽃처럼 만발한 민주주의를 입증하고 있는 셈인데 바로 그 입으로 독재타도를 외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독재를 아는가?  

아이들은 철을 모른다. 그래서 철부지라 한다. 철부지들은 올콩, 메주콩에 관심이 없다. 감꽃이 피면 그 꽃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들고 팔찌 만들어 신랑각시 소꿉놀이 꿈에 부푼다. 꼭 소꿉놀이를 해야 철부지인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를 모르면 그 또한 철부지가 아닐까?   

뒤늦게 철이 났는가? 자유한국당이 ‘독재타도’를 ‘민생투쟁’으로 바꾼다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이면 늦었지만 옳은 결정이다. 그런데 틀린 게 있다. 장외투쟁은 독재타도와 궁합이 맞는다. 정치가 막장일 때 장외로 뛰쳐나가는 것이다. 민생은 삭발이나 장외투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민생을 말하려면 장내로 들어와야 한다. 목구멍과 직결되는 것만 민생이 아니다. 공수처 설치법안 같은 것은 그야말로 민생법안이다. 서민들은 ‘무전유죄’를 헌법조항으로 여긴다. 사법개혁 열망도 어느 때보다 높다. 

참으로 민생을 챙길 양이면 소득주도 성장과 주52시간 근로 같은 민생법안을 기업 입장에 서서 흠집만 낼 게 아니라 안착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이 분들에게 또 한 번 묻고 싶다. 당신들이 민생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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