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올해 들어 패션기업들의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과 에프앤에프, 코오롱그룹은 경영 승계가 한창이다.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이미 전면에 나선 최병오 회장의 장녀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보다 장남 최준호 부회장으로 승계 구도가 뒤바뀐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전면에 나설 패션기업 경영자들의 임무는 뚜렷하다. 지난해 부진에 빠진 실적을 끌어올리고, 신사업 발굴로 지속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몇몇 패션기업은 실적 부진을 겪으며 위기설이 돌고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노스페이스 호조로 성장세를 보인 것과 달리 영원무역은 전년대비 7.8% 감소한 3조 6040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2.4% 감소한 6390억원이다. 이에 영원무역은 성기학 회장의 차녀 성래은 부회장을 영원무역과 영원무역홀딩스 사내이사 재선임을 이번 주총 안건으로 의결했다.
형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패션그룹형지 창업주 최병오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형지I&C 대표이사가 2016년 부임할 당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듯했으나, 지난해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7.3% 감소한 653억원, 영업이익은 63% 감소한 8억 8000만원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최병오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사장을 지난해 11월 총괄그룹 부회장으로 끌어올리면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 위기의 형지, 최준호 부회장 히어로 될까
패션그룹형지 내 후계 구도가 최혜원 대표에서 최준호 부회장으로 기울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준호 부회장 승진과 함께 23개 브랜드, 전국 2300여개 매장에 대한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최병오 회장의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받은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형지 측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2011년 패션그룹형지에 입사해 10년간 구매생산 부문에서 실무 역량을 다져왔다. 2018년 그룹 통합구매생산 총괄본부장 담당, 2020년 공급 운영 부문 대표 역임 등 구매생산부터 재무 부문 최고 임원 역할까지 경험하며 실무 능력을 쌓고 경영감각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앞서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2년간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적자 폭을 줄여왔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을 이루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성과가 반영돼 새롭게 총괄 부회장이 된 최준호 부회장의 임무는 패션그룹형지의 수익성 개선이다. 까스텔바작과 형지엘리트 흑자전환을 이뤄낸 경험을 살려 상반기 내 패션그룹형지 전반에 비효율 브랜드 및 매장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개편할 가능성도 크다.
신규 사업 발굴도 활발하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단독 굿즈 제작 및 유통으로 스포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서 SSG랜더스, 한화이글스와도 협업을 진행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최 부회장은 최병오 회장을 따라 지난해 베트남 경제사절단 방문에 동참하면서 베트남 현지에 추가적인 생산 설비 투자 및 추가 부지 확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에프앤에프·코오롱, 경영 승계 속도
이달 초 에프앤에프는 김창수 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 일부를 에프앤코에 매각했다. 에프앤코는 김창수 회장의 장남 김승범 대표가 운영하는 뷰티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에프앤에프는 에프앤코로 지분을 매분기 꾸준히 매각하고 있다.
업계는 김창수 회장이 신규 사업 동력으로 화장품 사업을 낙점했고, 김승범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에프앤에프 주식 보유내역을 살펴보면, 창업주 김창수 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인물은 그의 아내 홍수정(7.57%)이다. 그 다음이 김승범 대표(6.70%)다. 여기에 에프앤코가 보유한 지분 4.84%를 더하면 김승범 대표의 실질적 지분은 11.54%에 달한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으로 승계 구도를 좁힌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이달 28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해당 사안에 대해 “주력 계열사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효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부진을 겪고 있는 사업들의 실적 개선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난해 영업이익은 1574억원으로 전년대비 35.10% 감소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채무 상환 및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 자금으로 2년물, 3년물 총 7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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