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최정화 기자] 유한양행이 오는 2026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연구개발(R&D) 중심의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라이선스 수출과 R&D 투자 확대는 물론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전략 강화 차원에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려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라이선스 수익이 크게 늘면서 호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큰 폭 성장한 데에는 기술이전 라이선스 계약 증가가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4분기 기술이전 라이선스 수익만 22억원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590억원, 영업이익 56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4.7%, 57.6% 증가한 수치다.
■ 올해 2조클럽 등극..렉라자·로수바미브·YH35324 등 신약 수익성↑
유한양행은 라이선스 수출 증대와 혁신 신약 개발 효과로 올해도 실적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폐암 신약 렉라자가 지난달 1일부터 국내 1차 치료제 급여로 등재됐다. 렉라자 작년 국내 실적은 1000억원이다. 이번 건강 보험 적용으로 렉라자 치료 급여가 확대될 경우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또 2018년 미국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에 12억55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을 수출했다. 오는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폐암 1차 치료제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 유한양행 수익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의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위해 렉라자가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출시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제2·제3의 렉라자를 조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업무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여기에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의 활약도 기대된다. 로수바미브 매출은 작년 한해 53.7% 증가한 849억원으로 의약품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
지난 26일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YH35324)는 임상 2상에 돌입한다. YH35324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공동개발한 신약이다. 유한양행은 2020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다.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은 유한양행이 갖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유한양행이 매출 2조662억원, 영업이익 1121억원을 기록해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 요법의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은 올해 4분기, 글로벌 시장 발매는 내년 1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신약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R&D 투자 매출의 10%..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M&A 가능성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사를 목표로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비용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5년간 R&D에 8218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10% 이상을 R&D비용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적용하면 올해 R&D 투자는 지난해 1732억원보다 7.3% 늘어난 186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A 대상으로는 의약품과 디지털헬스케어, 화장품 등이 거론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프로젠과 이뮨온시아, 퍼멘텍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M&A를 추진할 경우 의약품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까지 오픈이노베이션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의약품 외 분야도 검토는 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M&A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이 현금 흐름이 개선되면서 M&A 등 선순환 구조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회장직 신설 “추후 외부서 영입 가능..당장 계획 없어”
유한양행은 다음달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주총에서 조 사장 연임 안건이 상정된다. 조 사장 선임이 통과될 경우 임기는 오는 2027년까지 연장된다.
아울러 회장직과 부회장직 직제 신설 안건도 결의 예정이다. 회장직 신설을 놓고 일각에선 특정인(이정희 의장)을 지정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내놨다. 하지만 이 의장은 곧바로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라며 회장직 추대 가능성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장직 신설은 R&D 중심의 글로벌 톱50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대표이사나 사장에 국한됐던 직제를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회장직 선임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좋은 분이 있으면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모셔올 수도 있으나 당장 이번 주총 때 선임할 계획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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