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가속] ①이재용 회장 등기 이사 복귀 아직 ..배터리에 더 ‘과감한 베팅’

“위축되지 말고 담대한 투자” 당부
설비투자 규모 1.5배 이상 증대 관측
차세대 전고체 기술·LFP 등 개발 속도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2.20 11:09 | 최종 수정 2024.02.20 11:47 의견 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른지 올해로 10년차다. 최근 사법리스크 부담을 다소 덜어내고 당분간 경영족쇄를 내려놓게 된 이 회장이 뉴삼성 재시동에 본격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수년간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쟁사에 추월당하고 있는 삼성이 사업구조 개편과 동시에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정체기에 접어든 반도체와 TV·가전, 스마트폰 사업 회복이 불확실한 만큼 미래 삼성을 이끌 신성장 사업 2B(배터리·바이오) 전략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삼성SDI 생산법인 1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삼성전자의 내달 개최할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는다.

20일 삼성전자 이사회는 세간의 관심이 모인 이 회장 등기 이사 복귀 안건을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달 열릴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 또안 다뤄지지 않는다.

일각에서 이 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1심 무죄 선고 이후 등기이사에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항소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탓에 이번 주총에서 관련 안건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지만 이 회장의 뉴삼성 행보에는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분야를 향한 과감한 투자로 뉴삼성 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그 중심에서 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힘쓰며 이 회장의 배터리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설 연휴인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생산법인을 찾았다. 올해 첫 해외 현장경영 행보다.

스름반 공장은 지난 1991년 설립된 삼성SDI 최초의 해외 법인이다. 초기에는 브라운관을 제조하다가 2012년부터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배터리 1공장 생산 현장과 2공장 건설 현장을 살폈다.

그는 사업장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당부했다.

삼성 관계자는 “중동에서도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지만 이번 해외 출장은 애초에 말레이시아 현장 점검이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말레이시아 스름반 SDI 생산법인을 찾아 1공장 현지 점검을 하고 있다. (자료=삼성전자)

■ 영업이익률 배터리 3사 중 톱..올해 전방산업 둔화 우려도

이 회장이 배터리 분야를 각별히 챙기는 데엔 삼성SDI의 성장세가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없이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연간 매출이 22조70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주력사업인 전기차용 전지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덕이다.

영업이익은 1조6334억원으로 9.7% 줄었지만 영업이익률(7.6%)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톱이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AMPC로 각각 6000억원대 영업익 상승효과를 본 점을 고려할 때 예상외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배터리 전방산업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31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6.5% 급감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37.1%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영업이익도 20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회장 역시 불황 신호를 읽었는지 앞서 삼성SDI 사업장을 찾아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기흥사업장에서 2024 새해맞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삼성SDI)

■ 차세대 배터리 기술 주력..전고체 개발 속도 ‘경쟁사 우위’

삼성SDI는 이 회장의 주문대로 올해 배터리 시장을 덮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기술력은 불안한 업황을 돌파할 삼성SDI의 자신감이다. R&D(연구개발) 투자 규모도 배터리 3사 중 가장 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R&D 비용은 8364억원이다. 매출 대비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도 4.9%로 경쟁사보다 두배 가량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의 4분기 포함 작년 연간 R&D 비용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경쟁사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해 4분기 들어 일부 고객사에 제공했다. 오는 2027년 상용화가 목표다. 조직개편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 전담 조직인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도 꾸렸다.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이 회장의 ‘담대한 투자’ 전략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1.5배 이상 키울 것으로 본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생산 능력 확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에 각각 합작공장 2곳, 1곳을 짓고 있다. 각 공장은 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완공될 예정이다. 투자 확대로 조기 건설이나 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삼성의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 투자 대상이 돼왔다”며 “올해 6조원 넘는 설비 투자 단행 가능성이 있고 북미 공장 가동시 AMPC 효과로 한층 견조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용량 프리미엄 배터리 P6 제품을 본격 양산하고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강화한 일체형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인 삼성배터리박스(SBB) 확대 판매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5와 P6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방침”이라며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LFP(리튬·인산·철)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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