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은행권 금융사고, 회장님 부르면 해결되나

윤성균 기자 승인 2023.10.19 09:3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제 관련 현안을 다루는 정무위원회도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굵직한 소관 기관들 국감을 마치고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선서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하지만 일반 증인 채택을 놓고 물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27일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 때 5대 시중은행장 또는 금융지주 회장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아직 여야 의원들의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17일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미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대신해 은행 준법감시인들을 증언대에 세웠다. 은행 내부통제 업무의 최일선 실무자인 준법감시인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서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은행 준법감시인들은 잇단 은행권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준법감시인들의 진땀 뺀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무위 의원들은 여전히 은행장 또는 회장의 증인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인데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을 대신해 출석한 준법감시인에게서 아무런 책임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다음 종합감사 증인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만 소환이 채택됐는데 내부통제 부실과 예대마진 문제가 어느 한 금융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4대 금융지주 회장도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이러한 반응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날 국감에서 은행 준법감시인에게서는 원론적인 입장 밖에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인 은행장이나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장이 증인으로 소환돼 국감장에 섰던 지난해 정무위 국감을 떠올려보면 기대감은 꺾인다. 당시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나와 여야 의원들의 호통에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만 비쳤을 뿐 책임 있는 발언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들을 수 없었다.

기업 CEO를 세워놓고 호통을 치거나 막무가내로 사과만 요구하는 것이 과연 실속 있는 국감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 은행장들의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조직문화 개선 다짐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규모 횡령, 불법 계좌 개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득 취득 등 대형 금융사고가 반복됐지 않은가.

핵심 현안에 대해 책임 있는 인물이 나와 소명하고 실효성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일은 필요하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은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로서 시중은행들이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문제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이 돌아가면서 “죄송합니다” 한 마디씩 하는 걸 듣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 자체로 진풍경이긴 하겠지만 국감이라는 행사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아까운 기회를 날리는 셈이다.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회장을 우르르 줄 세울 것이 아니라 ‘핀 포인트’ 타격이 필요하다. 정확히 문제가 된 회사의 CEO를 증인으로 불러 잘못에 대해 명확히 소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야 책임감과 문제의식이 희석되지 않는다. 다른 은행들에도 분명한 경고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보여주기식 국감으로는 아무런 메시지도 던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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