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독된 ‘선이자 지급’ 혁신 금융상품..소비자 안심 시킬 묘책은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선봬..1억원 맡기면 175만원 즉시 지급
“선이자까지 준다니 돈이 급한가?”..금융소비자 불안감 자극
모임통장 등 수신잔고 확대 치중..40%대 낮은 예대율 지목
“올해 전세대출 등 여수신 포트폴리오 확충..예대율 개선될 것”

윤성균 기자 승인 2023.03.28 12:03 의견 0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자료=토스뱅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토스뱅크가 기존 관행을 깨겠다며 선이자 예금 상품을 내놨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파격적인 조건의 예금상품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예민해진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면서다.

토스뱅크는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상품을 출시해 토스뱅크의 포트폴리오가 수신상품에 치중돼 있다는 우려를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선이자 예금 상품을 출시한 뒤 일각에서 토스뱅크의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데 대해 “일종의 해프닝 같다”면서 “선이자 정기예금은 기존 금융권에 있던 상품으로 고객에게 이자를 먼저 제공해도 재무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이체방크 위기설 등으로 금융 시장이 불안해서 생기는 일 같다”며 “실제로는 관련해서 우려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진화에 나선 것은 최근 며칠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토스뱅크의 유동성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 24일 토스뱅크가 선이자 예금 상품인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을 내놓으면서다.

이 예금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맡기면 연 3.50% 금리(세전, 만기일에 세금 차감)를 미리 지급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예컨대 1억원을 6개월간(184일 기준) 맡기면 세전 약 175만원을 즉시 받을 수 있다.

먼저 지급 받은 이자를 다른 금융상품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선지급된 이자로 다른 예금상품에 가입하면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를 누릴 수도 있고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투자처에 활용할 수 있다.

토스뱅크도 상품을 출시하며 “이번 상품은 고객들이 돈 모으는 재미를 즉시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동시에 필요에 따라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실질적인 목돈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이자 예금상품 출시가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우리은행이 동일한 구조의 ‘미리받는 정기예금’이라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예금한도가 1억원으로 낮았고 이후 저금리 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토스뱅크의 먼저 이자 받는 예금은 3.50%의 고금리에 한도가 10억원이다. 만기도 3~6개월로 짧다. 최대 한도인 10억원을 6개월간 맡기면 세전 이자 1750만원을 즉시 받을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파격 조건이 오히려 금융 소비자의 엉뚱한 반응을 일으켰다. “선이자까지 준다니 토스뱅크가 돈이 급한가?”라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는 SVB 파산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국내 은행들의 이상징후에 주목하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SVB는 유동성 관리 실패를 유상증자를 통해 대응하려다가 시장 불안 심리 해소에 실패해 파산에 이르렀다. 마침 토스뱅크는 지난 16일 4개월 만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상태였다.

금융 소비자들의 우려는 수신잔고 확보에 치중된 토스뱅크의 최근 행보와도 연관돼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1일 ‘토스뱅크 모임통장’을 출시해 일주일만에 7만 계좌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토스뱅크 통장 50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 연 4.0% 금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들어 토스뱅크의 수신잔고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다.

문제는 토스뱅크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9.57%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예금 상품으로 조달한 자금 대비 대출 상품 판매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전날 배포된 토스뱅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예대율은 44%로 높아졌지만 시중은행 예대율이 평균 97%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로 돈을 버는 은행 입장에서 낮은 예대율은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이 된다.

이에 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 속에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재무건전성이나 유동성과 타 제1금융권 은행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833%로 규제 기준이나 시중은행 평균인 100%대의 8배가 넘는다. 갑작스런 현금 유출에 대비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8배 이상 쌓아뒀다는 뜻이다.

하지만 뱅크런은 은행에 문제가 없어도 심리적인 집단행동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토스뱅크가 이번주 연간 결산 실적 공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각종 지표를 공개하며 올 하반기 ‘흑자 전환’ 전망을 내놓은 것도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 측은 “올 하반기 BEP를 달성,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신생 은행의 경우 평균 3~4년이 흑자전환에 소요되지만 토스뱅크의 경우 그 시간을 1년 이상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도 토스뱅크의 예대율을 개선할 수 있는 묘책으로 지목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올해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등 다양한 여수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좀 더 탄탄한 여수신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면 신용대출에 편중돼 있던 대출 구조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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