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HOT CEO]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후배가 신뢰하면 넘지 못할 벽 없다"

최경환 기자 승인 2022.11.23 08:00 | 최종 수정 2023.01.03 11:42 의견 0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도 저물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휩쓸면서 국내 및 글로벌 기업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됐고 각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혁신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불안한 남북관계, 고환율, 고금리 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한 발 앞선 판단과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CEO는 악화된 경제 환경에서 도전자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위한 고민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국정경신문은 글로벌 위기에도 혁신의 리더십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CEO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들의 성과와 비전에 주목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자료=현대건설]

[한국정경신문=최경환 기자] “선배가 후배를 챙기고, 후배가 선배를 신뢰하면 넘지 못할 벽이 없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지난 4월 한 학회에서 '리더십대상'을 수상하고 한 말이다. 윤영준 사장에게 붙는 수식어는 승부사, 현장통, 현대건설맨이다.

그러나 윤 사장이 '돌격 앞으로'만 외쳤다면 업계 1위를 달리는 실적은 가능하지 않았다. 그의 '형님 리더십'은 "후배를 챙긴다"는 표현 속에 잘 녹아있다. 사장 자리에 올랐는데도 선배와 후배 사이 정과 믿음을 중시하는 것이 윤영준 사장 리더십의 핵심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상대방, 아랫사람, 청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 갖춰야할 덕목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능력'이다.

그는 앞선 시상식에서 직원들과 관계에 대해 “얼마 전까지 저도 그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노사를 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장은 조직의 정점이지만 머무는 시간은 잠깐이다. 그는 1987년 현대건설 공채 사원으로 입사해 34년동안 '직원' 신분이었다. 사장은 고작 2년차 신참이다. 그는 사장 자리에 오른 뒤에도 전체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와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자료=현대건설]

■ 신기록 행진은 '전설'이 되다..독보적 1위 정비사업 실적

지난 2020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공사 수주전에서 당시 부사장이던 그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가 깜짝 발표로 조합원의 마음을 일시에 사로잡은 일화는 더이상 반복할 필요가 없이 업계에서 모두가 아는 '전설'이 됐다.

윤 사장은 조합원 총회에서 "재산을 모아 한남3구역에 집을 마련했다"며 "집주인의 마음으로 시공사로 선정되면 애정을 갖고 집을 건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부사장이던 유영준 사장이 이 카드를 한남3구역에서 사용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차피 한 번 밖에 쓸수 없는 카드다. 현대건설이 수없이 많은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한남3구역을 반드시 가져오겠다고 목표로 삼았다는 점,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최후의 카드까지 사용했다는 점이 전략의 핵심이다.

한남3구역은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렸다. 전체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1조7377억원이다. 물량과 금액뿐 아니라 강남을 대체할 미래가치,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바꿀 '대역사(大役事)'다. 공사비를 받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대한민국 중심 아파트에 현대건설의 이름을 새긴다는 무형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수주전은 치열했다. 현대건설은 경쟁사인 DL이앤씨, GS건설과 함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수사결과 3사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한때 입찰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현대건설은 2020년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4조738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5조5499억원을 수주해 3년 연속 1위와 '5조 클럽'을 달성했다. 올들어 9월까지 8조3520억원을 기록해 업계 최고액을 돌파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창원 성원토월 리모델링, 성남 수진1구역 재개발 등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상 처음 '9조 클럽' 달성도 바라보고 있다. 현재까지 최대액은 GS건설이 2015년 달성한 8조100억원이다.

사우디 다란 아람코 본사 알 가와 홀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료=현대건설]

■ 건설 경기 침체에도 날아 오른 두 자릿수 '성장'

도시정비업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 현대건설의 매출도 순항중이다. 3분기 누적 매출과 신규 수주액에서 전년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3분기 연결실적 기준 누적 매출 15조1556억원, 영업이익 5006억원, 당기순이익 6428억원, 신규 수주 28조729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며 광주 광천동 주택재개발,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사업, 광양항 광역 준설토 투기장 조성공사 등을 수주했다. 수주잔고도 전년 말 대비 15.9% 증가한 91조2506억원에 이르고 있어 약 5년치의 일감을 확보했다.

공사실적평가도 1위다. 토건 7조9254억원, 토목 1조4164억원, 건축 6조5089억원을 기록했다.

■ 부진했던 해외 사업 '활기'..환경·소형원전 '신사업'

국내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해외사업도 올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 마르잔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대형 공사가 본격화돼 실적을 이끌었다.

신규 수주는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전년 동기 대비 21.5%를 기록했다 연간 목표치 대비 101.3%다. 해외에서는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 공사, 쿠웨이트 슈웨이크 항만 공사 등 해외 대형 공사를 따냈다.

미래 먹거리로 신재생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분야는 제주 북서부 한림항 인근 해상에 발전용량 100MW(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5MW급 발전기 18기와 해저 15.585km 33kV, 육상 4.5km 154kV 케이블을 설치하는 국내 최대 규모 사업이다.

자회사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EPC(설계‧조달‧시공)사인 현대스틸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스틸산업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EPC시장 점유율 1위다.

현대건설은 2021년 미국 원자력 발전 선두기업으로 평가받는 홀텍에서 진행하는 소형모듈원전사업의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했다. 앞으로 상업화 모델을 공동개발하고, 마케팅 및 입찰에도 공동참여한다.

홀텍이 개발하고 있는 SMR-160 모델은 캐나다 원자력위원회(CNSC)의 원자로 설계 예비인허가 1단계를 통과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허가 절차도 밟고 있다.

원전해체사업도 함께한다. 홀텍은 미국 내 인디안포인트 원전, 오이스터크릭 원전 등의 해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경력

1987년 현대건설 입사
2002년 관리본부 인사총괄팀장
2006년 국내현장 관리팀장
2012년 재경본부사업관리실장, 상무
2016년 재경본부 공사지원사업부장, 전무
2018년 주택사업본부 본부장, 부사장
2021년 3월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학력
1981년 청주대학교 행정학과 졸업
1983년 연세대학교 환경학과 석사

■ 경영비전

앞선 기술력, 검증된 사업 추진력 '글로벌 톱 티어'

■ 한줄 어록
“선배가 후배를 챙기고, 후배가 선배를 신뢰한다면 넘지 못할 벽이 없다”고 했다.
-지난 4월 한 학회에서 '리더십대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조직 구성원 사이 정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여러분의 가치가 곧 회사의 가치며 회사의 성장이 곧 여러분의 성취"
-지난 1월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임직원 모두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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