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상 외환거래’ 억울하다더니..지점장 체포에 본점은 압수수색
우리은행 지점장, 외화 불법 송금 범죄 가담 혐의
은행 책임 없다더니..당국·검찰 조사에 범죄 언루 덜미
금감원장 “은행 책임 없다 말하기 힘들어..상세 해명 필요”
4대 시중은행 송금규모 1조~3조원..법률 위반 상당할 듯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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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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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의 이상 외환거래의 파장이 거세다. 지난 3개월여간 진행된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연루된 업체수와 송금액 규모가 점점 불어난 데다가 은행 직원의 유착 혐의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부실 관리와 범죄 연루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거액의 수상한 외환 거래와 관련해 지난 21일 체포된 우리은행 전 지점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난 6월 은행권 이상 외환거래 문제가 불거지고 난 이후 은행원이 체포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사례다.
현재 A씨는 수천억원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범행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은행 측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 이를 누설한 혐의도 받는다.
A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해 외환 송금 부서에서 각종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보내온 이상 거래 내역을 조사해 시중은행을 통한 수상한 외환거래가 이뤄진 것을 포착하고 지난 5월부터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이번 수사로 은행권 이상 외환거래 관련해서 은행측의 책임이 처음 확인됐다.
그간 은행권은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은행은 송금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 불법 송금을 걸러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 송금의 경우 증빙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절차대로 처리하게 된다”며 “나중에 모아보니 문제가 있어서 사후적으로 보고가 이뤄지는 부분이라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은행 직원의 유착이 현실화되면서 은행의 책임론이 확실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은행원이 직접 범죄에 가담한 경우가 아니라도 증빙서류 확인 없이 송금을 취급했거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이상 외환거래 관련 국내 12개 은행을 대상으로 일제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 송금규모가 약 10조1000만원(원/달러 환율 1400원 기준)이라고 밝혔다. 당초 파악한 9조원대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은행별 송금규모는 신한은행 3조3300만원, 우리은행 2조2700억원, 하나은행 1조5100억원, KB국민은행 1조500억원에 이른다.
연루된 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의 중개·도매업, 여행 관련업체로 정상적인 수입대금 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제출된 허위 증빙서류를 은행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고객확인의무를 게을리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상 외환거래와 관련해 “검사가 완결이 안 된 상태이므로 책임을 밝힐 수 없지만 (은행도) 확실하게 자기 책임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려면 왜 책임이 없는지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향후 검사결과 외국환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법률검토 등을 거쳐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또 검사를 통해 이상 외화송금 혐의거래 등이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검찰 등과 신속히 정보 공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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