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 이상하다” 당국 경고 무시한 시중은행..무더기 중징계·검찰 수사 받나
우리·신한은행에 이어 외환 이상 거래 정황 추가로 드러나
금감원, 가상자산거래서 연루 확인하고 검찰에 정보 넘겨
가상자산 관련 환치기 우려에 수차례 감시 강화 당부
당국 경고에도 수조원대 환치기..무더기 중징계 불가피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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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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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거액의 외환 이상 거래 의혹이 은행권 전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다른 은행에서도 유사한 이상 거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그간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관련 외환 이상거래에 대한 경고를 수차례 보냈음에도 수조원대에 이르는 불법 외환거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대처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수백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외환 이상거래가 추가로 발견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서울의 한 지점에서 최근 1년간 8000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외환거래가 이뤄졌다는 우리은행의 보고를 받고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이후 신한은행에서도 1조3000억원의 외국환 이상 거래 현황을 보고 받은 금감원은 다른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점검한 뒤 외환 거래의 이상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이 외환 이상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보고 기한인 29일까지 은행들의 보고가 끝나면 구체적인 점검 결과를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신한은행 현장 검사 과정에서 외환 이상 거래 중 일부가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된 것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로 서둘러 넘겼다.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찰에 관련 정보를 넘기는 것이 사태 파악에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관련성은 확인이 조금씩 되는 상황”이라며 “자금세탁방지법이나 외환거래법상 절차적으로 해당 은행 지점의 직원이 잘했는지 여부도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환치기)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은 일찌감치 제기됐다.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세력들의 차액거래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서장들을 불러 모아 가상자산 관련 외환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해외 송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 따른 조치였다.
당국의 경고에도 시중은행들은 수조원대에 이르는 불법 외환거래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1년 넘게 방치하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이렇게 거래된 규모도 은행별로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어 은행의 외환 거래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구심이 커진다.
만약 이들 은행의 자금세탁 방지법 및 외환 거래법 위반 여부가 드러날 경우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 5월 외환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하나은행에 과징금 5000만원과 해당 지점의 일부 업무를 6개월간 정지하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4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춰지긴 했지만 통상 불법 외환거래의 경우 제재가 과징금 수준에서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중징계가 내려진 셈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불법 외환거래 규모가 약 3200억원으로 크고 당국의 수차례에 걸친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은행의 책임을 무겁게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당 징계건은 가상자산과는 무관하고 직원의 단순 업무미숙에 따른 징계 조치였다”며 이번 사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시장 질서 교란 행위와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방침을 내놓은 만큼 이번 사태가 대규모 중징계로 이어질지 불안해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 송금의 경우 증빙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절차대로 처리하게 된다”며 “나중에 모아보니 문제가 있어서 사후적으로 보고가 이뤄지는 부분이라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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