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너도 나도 비건 열풍”..비건은 마냥 좋기만 할까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9.08 17:03 의견 0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무궁무진한 비건 식품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얼마 전 신세계푸드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에서 내놓은 비건 캔 햄인 ‘식물성 런천’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눈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영락없는 통조림 햄이었다. 햄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마저 유사해 모르고 먹으면 일반 햄이라고 해도 깜빡 속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제품을 요리조리 뜯어보다 아쉬운 점을 하나 발견했다. 뒷면에 적힌 영양정보에서다.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은 100g당 255kcal로 시중 캔 햄(270~340kcal)보다 열량이 낮은 편이다. 지방(24g) 중 포화지방은 단 3g뿐이다. 식물성 햄답게 식이섬유(6g)도 함유했으며 나트륨(1030mg)도 보통 캔 햄 수준이다. 다만 단백질(4g)은 시중 캔 햄(12g~14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못 미쳤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섭취할 때 기대하는 영양분은 단연 단백질이 아닐까 싶다. 비건식을 하는 경우 우려되는 부분 역시 고기에 풍부하거나 고기로만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을 ‘고기 없이’ 얻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물론 성분별로 대체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고기든 채소든 각 식품마다 고유의 성분이 다른 만큼 한 가지만 추구한다면 영양 측면에서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느 새 우리의 일상 속에 ‘비건’이 스며들었다. 코로나 이후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먹고 마시고 바르고 입는 모든 소비재에서 비건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친환경·동물복지 등 윤리·가치 소비문화에 따라 비건은 자연스레 ‘착한 것, 좋은 것,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나 홀로 비건을 실천해서는 세상을 바꾸기 어렵지만 소소한 실천이 모여 큰 영향력이 된다는 ‘티끌 모아 태산’ 정신도 관통하는 듯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엄격한 비건을 실천하는 채식주의자는 드물지만 일부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는 혹은 주기적으로 비건 식단을 즐긴다는 채식‘지향’자는 종종 마주치곤 한다. 의식적인 식습관의 다양화를 통해 건강을 챙기고 환경 및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건 지향은 요즘의 비건 트렌드를 가장 건강하게 소화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비건을 통해 다방면에서 새로운 의식이 생겼다는 점 역시 낙관적이다.

다만 건강한 비건을 지향한다면 비건 자체를 마냥 긍정하는 ‘비건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비건은 하나의 문화일 뿐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무조건 좋고 착하다는 맹신은 왜곡된 인식이라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식물성 런천은 비건 실천이라는 행위에서 의식적인 만족은 얻을 수 있으나 고기를 대신한다는 식품으로는 영양성분이 아쉽다는 단점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식물성 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 역시 비건 식품에 속하지만 건강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비건 식품이 그저 건강할 것이라는 ‘오해’는 금물이라는 말이다.

최근 비건 문화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자 유통업계에서 비건 문화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제품의 본래 속성 자체가 동물성이기 어려운 경우에도 ‘비건’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고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다. 진짜와 비건의 탈을 쓴 가짜를 구분해내는 일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건강한 비건 문화를 위해서는 비건이 마냥 좋다는 오해를 버려야 ‘진짜’를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요즘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