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금융의 ‘BTS’는 어디가고..또 불거진 핀테크 규제 논란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8.19 11:12 의견 0
금융증권부 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전날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6% 넘게 급락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으로 선불 충전 기반의 간편 송금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산업의 ‘BTS’를 만들겠다”다고 호언한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현재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 플랫폼 업체들은 거래 상대방의 은행 계좌를 몰라도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선불 계정에 돈을 충전한 후 상대방에게 송금하는 형태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 무기명 선불충전을 이용한 송금 및 이체를 금지시키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서비스 존치가 불투명해졌다. 이들 플랫폼의 핵심 기반인 간편 송금 서비스가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에 투심은 크게 흔들렸다. 전날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도 각각 3.10%, 1.12%가 빠졌다.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금융위는 전날 오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기사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요지는 선불전자금융업자로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지만 자금이체업 허가를 받으면 계속해서 송금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해명으로 핀테크 업체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아직 전금법 개정안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 당분간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금이체업 허가를 받더라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간편송금 서비스가 가능한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급이체업 허가가 결과적으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을 살펴보면 자금이체업자는 이용자 예탁금 전액을 예치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래 선불전자금융업자의 예탁금 외부 예치 비중은 50%로 그마저도 권고사항이었다.

선불전자금융업자는 등록제인 반면 자금이체업은 허가제라는 차이점도 있다. 허가제 도입으로 핀테크도 계좌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자본금 규모 등을 따져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는 취지로도 읽힌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해명자료를 낼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언론 보도대로 라면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개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서비스가 어떻게 바뀔지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확실히 사용자한테 불편함이 초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핀테크 업계는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디지털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촉진하고 핀테크를 육성한다는 전금법 개정안의 본래 취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제정돼 15년 묵은 전금법이 개정되면서 ‘넓은 운동장’이 만들어지나 했더니 발목을 잡힌 꼴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핀테크 업체가 이용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행위를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봐야 한다는 금융당국 판단에 업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플랫폼 업체는 부랴부랴 대출·투자·보험 등 중개 서비스를 일시중단하고 가이드에 맞게 서비스를 고쳐야 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한 핀테크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기에는 우리 금융시장은 여전히 좁고 불편한 운동장이다.

금융당국이 약속한 ‘금융의 BTS’ 출현이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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