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헤리티지펀드 분쟁조정 앞두고..검찰 사모펀드 수사 급물살에 ‘분위기 반전’ 오나

5대 부실펀드 중 마지막 분조위..빠르면 이달 중 개최
현장 조사 힘든 해외 재간접펀드..졸속 분조위 우려도
강제수사 다시 급물살 타는 검찰의 사모펀드 사태 수사
사모펀드 사태 재수사..피해자는 기대감 판매사는 우려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8.17 11:33 의견 2
지난해 12월 13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독일 헤리티지 펀드의 전액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대규모 환매중단이 발생했던 5대 사모펀드 중 마지막 남은 독일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이하 헤리티지펀드)의 분쟁조정 절차가 조만간 시작된다.

당초 헤리티지펀드는 역외재간접 펀드로 해외에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현황 파악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분쟁조정이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사모펀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마지막 분쟁조정 절차를 앞두고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헤리티지 펀드의 분쟁조정위원회가 빠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에는 개최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부터 ▲라임펀드 ▲옵티머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5대 환매중단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진행해 마쳤다. 다만 헤리티지펀드의 경우 마지막 분쟁조정 절차를 남겨뒀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헤리티지펀드의 분조위를 개최하고 연내 5대 부실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밀실 협상과 졸속 진행을 우려한 투자 피해자 측의 반발로 취소됐다.

헤리티지 피해자연대 측은 금감원이 선정한 5대 부실 펀드 중 마지막 남은 펀드를 숙제검사하듯 졸속으로 처리하는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지난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처리방식을 지켜보면서 분조위에 크게 기대를 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헤리티지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기성 펀드인데 이번에도 해외 소재 운용사라는 이유, 재간접펀드에 대한 강제조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로 단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감원 분조위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했다가 환매가 중단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 단순 불완전 판매 결론을 내렸다. 해외 자산운용사 및 자산관리자(ESC, CBIM) 등 관련회사들이 모두 금감원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소재해 조사가 어렵고 강제조사권이 없는 조정절차에서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헤리티지펀드도 싱가포르 소재 해외 운용사가 독일 정부에서 문화재로 지정한 부동산을 매입해 재개발한 뒤 분양 수익과 매각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재간접형 사모펀드다. 개발 사업을 맡은 독일 현지 시행사가 파산을 신청해 사기 및 횡령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조사권한이 미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이번 헤리티지 펀드도 강제조사권 없다는 핑계로 불완전 판매로 결론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금감원의 분쟁조정 방식은 금융사들에게 유익한 결과를 초래해 사법기관의 처벌 수위 결정시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쳐 금융사들을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 피해자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사모펀드 사태를 다시 들여다 보고 있는 검찰 수사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로 사기행위가 입증되면 분조위에서 단순 불완전판매 결론이 나오더라도 민사소송을 통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해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1월 하나은행 본사 압수수색 이후 다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사모펀드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헤리티지 피해자들도 2020년 3월 서울 남부지검에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를 고소해 이듬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올해 1월에는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이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피해자 연대 관계자도 “사모펀드 사태 이슈가 다 떠오르는 분위기라 피해자들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헤리티지펀드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에 걸쳐 신한금투,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에서 주로 판매됐다. 업계 전체 판매액은 약 5278억이었고 이중 약 5072억이 환매중단됐다. 피해자 수는 2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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