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객 감사’ 미끼로 굿즈 흥행했는데..‘자승자박’ 스타벅스, 앞으로의 향방은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8.12 16:18 | 최종 수정 2022.08.12 16:27 의견 0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살다보면 스타벅스 쿠폰만큼 자주 선물하거나 받는 쿠폰이 흔치 않다. 생일이라도 한바탕 치르고 나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스타벅스 기프티콘이나 카드가 생기곤 한다. 어디든 매장 하나는 있겠지 싶은 마음에 부담 없이 건넬 수 있는 선물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쿠폰이 종종 생기다보니 스타벅스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프리퀀시 행사가 시작되면 스티커가 쌓이는 건 덤이다.

예전에는 음료 17잔을 마시면 증정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솔깃해 행사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방문 횟수를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굳이 모으지 않는다. 원하는 증정품을 받기는 항상 치열했고 금방 품절돼 아쉬웠던 경험이 뇌리에 박혀서다.

스타벅스는 아침부터 줄서서 증정품을 받는 ‘프리퀀시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증정품 모바일 예약제를 시행했다. 덕분에 증정품 수령이 더욱 수월해졌지만 증정품의 인기는 여전했다. 한때 접속 장애를 일으키는 등 예약조차 쉽지 않았다.

다만 올해 프리퀀시는 예년만큼 품절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정품에 대한 열기가 다소 누그러진 듯한 모양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스타벅스 굿즈가 예전만 못하다’는 여론이 그냥 나온 평가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한다.

더욱이 올해 프리퀀시 행사는 스타벅스의 소비자 기만이 여실히 드러난다. 증정품 중 하나인 서머캐리백에서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스타벅스는 전례 없는 증정품 자발적 회수 작업에 진땀을 빼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서머캐리백은 직접 착용하지 않는 가방·쿠션 등 기타 제품류로 분류돼 유해물질 안전요건 대상에 적용되지 않아 관련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험 결과 수치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시일이 지체됐다”며 “프로모션에 집중하다가 더욱 중요한 품질 검수 과정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철저한 성찰과 겸허한 자성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프리퀀시 행사는 스타벅스가 지난 2013년부터 올해로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행사다. 이 행사는 스타벅스를 압도적인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로 발돋움 하는 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해마다 대란을 일으켜 ‘한정판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스타벅스는 고객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하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목적대로라면 스타벅스의 고객은 감사 받아 마땅한 존재지만 되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증정품 수령을 위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증정품만 챙기고 음료를 모두 버린 사건은 건전한 충성고객까지 모조리 기업의 마케팅에 놀아나는 이미지로 실추시켰다. 기업의 이익 추구는 당연한 행위지만 스타벅스 역시 덩달아 비난 받아왔다. 기업도 고객도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발암물질 사건 이후 프리퀀시 행사는 ‘과잉 마케팅’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이번 사건은 ‘고객을 위해서’라는 선의를 전면에 내세웠던 행사가 더 이상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인 셈이다. 앞서 말했듯 기업의 이익추구는 당연하지만 오늘의 스타벅스는 도가 지나친 마케팅 행위로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린 ‘자승자박’ 상태로 보인다.

시선은 다음 프리퀀시 행사로 향한다. 과잉 마케팅 오명을 쓴 스타벅스는 다음 행사에서 어떤 증정품을 준비해 어떤 전략으로 신뢰를 만회할 것인가. 기만당한 소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 다시 한 번 손을 내밀 것인가. 당장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스타벅스의 흥망은 스타벅스 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소비자로서 스타벅스의 행보를 지켜보고자 한다. 부디 기대에 부응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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